허명에 기대어 전세계를 떠도는 문예, 지식, 로맨스, 추리 서스펜스물... 데이비드 로지, 《교수들》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5/25

책을 읽다 잠시 홍상수의 영화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홍상수의 영화에 등장하는 우리 사회의 지식인인 연 하는 이들을 향한, 누워 침 뱉기 식의 캐릭터 부여가 소설 《교수들》에 등장하는 학자들에게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걸에 가까운 원나잇 구걸 정도는 아니지만 이성을 향한 노골적인 구애도,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는 허약한 지식인의 허약한 명예도 자주 등장한다.
 “... 그들은 이제 3일 동안 꼼짝없이 함께 지내야 했다. 함께 자리해서 먹는 하루 세 끼 식사, 바에서 하루 세 번 갖는 사교 시간, 버스 관광 한 번, 연극 관람 한 번 등등. 장시간에 걸쳐 의무적으로 붙임성 있게 굴어야 했다... 그들은 학술회의가 끝나기 오래전부터 벌썩 같이 있다는 게 지겨워질 것이고, 서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 것이며, 식탁의 어떠한 자리 배정도 마음에 들지 않게 될 것이다. 게다가 흡연, 음주로 인한 구취, 평상시보다 다섯 배는 더 말을 해야 함으로써 오는 구취, 텁텁한 혀, 가시지 않는 두통 등 일상적인 학술회의 증후군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p.29)
 소설은 학술대회에서 시작하여 학술대회에서 끝난다. 시작은 영국의 작은 대학인 러미지 대학의 학술대회에서 시작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57명짜리 초청자 명단이라는 작은 규모 그리고 그 작은 규모를 더욱 눈에 띄게 만드는 유명 인사의 부재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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