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 능숙해지면 다른 분야도 쉬워진다고 누가 말했던가. 음악과 글은 같은 창작 카테고리에 있어도 성질이 너무 달라서 재작년 책을 쓸 당시 나는 큰 혼란을 느꼈다. 나는 그 증상을 고쳐 줄 좋은 글을 찾아 헤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렇게 한심한 상태의 나도 읽을 수 있는 날카롭고도 부드러운 글이 필요했다. 그리고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발견했다. 원제는 `movable feast`. 헤밍웨이가 전업 작가로 커리어를 쌓으려고 노력하던 파리에서의 시간을 담은 책이다. 당시의 일기를 책으로 엮은 줄 알고 보니 노년의 헤밍웨이가 당시를 떠올리며 쓴 글이라고 한다. 몇 십년 전 일을 이렇게 생생하게 적을 수 있다니. 묘사는 생생했고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탄탄했고 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었다. 대작가의 능력이다. 덕분에 혈이 뚫리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