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나는 얼마나 한국인인가?'라는 물음 (1)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20
델타 일식 여행 ② 토파즈 뮤지엄

당신은 얼마나 한국인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무어라 답하겠는가? 

나라면 우선 얼마나 한국인이고 뭐고간에 일단 한국이 싫다, 고 답하겠다. 국가는 나에게 소속감을 씌우려 이래저래 용을 쓰지만 나는 평소 한국인이라는 자각도,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데 대한 자부도 거의 없다. 외국 나가면 애국자 된다고들 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어디나 어떤 건 좋고 어떤 건 나쁘다. 한국도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가진 흔한 나라들 중 하나고, 나는 한국을 조금 더 세세하게 알고 있으며 그리하여 가지게 되는 은은한 염오가 있다. 잘 알아서 좋은 것만큼 잘 알아서 싫은 것도 많다. 

어떤 개인의 성취를 두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말도 별로 와닿지 않는다. 그냥 그가 멋지고 대단한 거지, 그는 그고 나는 나일 뿐이다. 국적을 제외하면 공통점이라고는 하나 없는 완전히 별개의 타인. 그렇게 따지면 인류 모두의 성취가 자랑스럽고 기뻐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인간이라는 종의 공통점이 있으니까. 내가 지향하는 바는 이것이나 ‘일반적인’ 여론이란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그의 성취를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좀 더 쉽고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기쁨 정도는 있겠다. 근데 그게 뭐? 그런 성취가 없었다면 알은체도 않았을 이들, 이를테면 해외 입양인이라든가 한국인의 4대 후손쯤 되어 한국인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비백인 외국인 등등, 을 그럴 때만 어떻게든 한국계 운운하며 한국인으로 욱여넣어 추어올릴 때면 그깟 소소한 기쁨 따윈 거절하고 싶도록 민망할 따름이다. 

어찌하여 영광은 나누지 않으면서 수치는 이토록 쉽게 나눠 지게 되는가. 그저 내가 문제일 지도 모르겠으나. 
그럼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욕해도 괜찮은가? 내가 괜찮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는가. 욕하고 싶어 하겠지, 욕할 만하니 하겠지. 개고기 먹는 나라? 아닌가? 효율과 성과에 혈안이 된 일중독자들의 나라? 아닌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핍박하고 착취하는 나라? 아닌가? 상대가 얕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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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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