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머님이야, 나야? - 청국장을 사이에 두고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3/05
이미지 출처. pixabay

공치사하지 말아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 중에 자주 포함되는 항목이다. 남을 위해 수고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랑하지 말라는 뜻이다.

힘들게 공을 세웠으나 그것을 입에 올려 "나 이거 이거 잘했네~ (그러니 어서 칭찬을 해 주소.)"라고 입 밖에 내뱉는 순간, 내가 쌓은 공은 허공에 흩어져 날아가버리게 됨을 유념해야 한다는 말이다. 날아가버리는 것도 억울한데 공치사를 하는 거냐며 주변에서 힐난을 할 수도 있으니 입이 가벼운 자는 매우 조심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 말은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 세우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본 자를 기준으로 한 말이 아닐까 싶다. 공을 쌓느라 힘들게 애쓴 사람 입장에서는 그 칭찬 하나 듣고 싶어 한 마디 뱉은 것뿐인데 그마저도 하지 말라 하고 입을 닫으라 강요한다면 인생이 너무 퍽퍽하다. 자신의 힘듦을 칭찬 한 방으로 날려보겠다는데.

최근에 나도 칭찬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하고 있다.

유년시절 내게 무척 힘든 음식들이 있었다. '도대체 어른들은 이걸 왜 먹는 거야?'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오던 음식들. 보통 쌉싸래하고 쿠리한 맛이 나는 것들이었는데, 갓김치라던가, 청국장이 그랬다. 어릴 적 무심코 한 번 입에 대고는 질색팔색을 하며 다시는 안 먹겠다 했던 음식이었다. 아, 쓴 맥주도 마찬가지!

그런데 요새는 참어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갓김치의 쌉쌀한 맛이 좋아 갓김치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뚝딱 비워내는 건 예사다. 쓴 맥주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의 맛 고난도 레벨인 청국장만 주재료인 콩이 없어 어른이 된 나의 입맛에 맞는지 아닌지 아직 확인 전이었다. 마침 어머님께서 청국장 콩을 만들었다시며 가져가라 하셨고 당신의 아들이며 나의 남편인 남자는 어머님 댁에 가서 청국장 콩을 받아가지고 왔다.

시중에서 속이 비치는 포장재로 잘 싸놓은 것만 보았지, 직접 그것의 알알들을 마주하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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