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바이 미) 시간을 뛰어넘어 아직도 내 곁에 있는 어린 나에게

하늘소풍06
2023/01/17
https://www.youtube.com/watch?v=c5hDjpi_HM0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를 떠나 살다가 우연한 계기로 오랜만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마치 얼마 전인 듯 생생한 나의 기억과는 달리 나와 내 친구들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우리의 걸음으로는 다 채울 수 없었던 그곳은 실망스럽게 작고 평범한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무서운 할머니가 살던 작은 집은 텃밭을 가진 그저 작은 집에 불과했고, 엄청난 위용으로 몹시도 위압적이었던 동네 제일의 부잣집은 부지런한 부부가 정원을 열심히 가꾸어 놓은 깔끔한 주택일 뿐이었습니다. 구석구석에서 어린 우리들의 주체 못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지금의 나보다 젊었을 우리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라 그만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생생한 추억이 엄습하여 가슴 가득 아련함이 피어올라 한동안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이 머무는 그곳과 어른인 내가 사는 이곳이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여러 개의 은하계를 사이에 둔 것 만큼이나 멀어져 있습니다. 그 시절 나와 꿈을 이야기하고, 책을 보며 토론하고, 같은 영화를 보며 울고, 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친구 역시 이제는 내 곁에 없죠. 그 시절의 친구들, 그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다 보니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우리가 그때 꿈꾸었던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훌륭한 어른이 되자는 어린 날의 다짐을 떠올리자니, 훌륭한 것 같지도 않은 데 어른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언제쯤이면 나는 내가 꿈꾸던 어른이 될 수 있는 건가. 될 수는 있는 건가. 돼야만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도대체 훌륭하다는 게 뭘까. 연이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들은 이런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어른은 마침표가 아니다. 어른도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의 과정에 있을 뿐이다. 그 성장의 끝에는 결국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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