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나목'

아듀 레비나스
아듀 레비나스 · 글쓰기 좋아하는 의사
2023/02/18
박완서에게 전쟁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였고 상기하고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 전쟁은 이 모든 재앙을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눠준 다음에야 끝이 날 것이다.'-나목 中

그렇기에 전쟁은 박완서 작품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였다.

평범한 가정주부를 한국 문단을 이끄는 여류작가로 등단시킨 그의 처녀작 ‘나목’은 전쟁이 박완서의 삶에 미친 끔찍한 상처를 오랜 세월 속에 묻어놓았다가 드디어 꺼내 대면하고 통곡하고 어루고 달래어 마침내 승화시킨 첫 번째 시도였다.

 '나목'은 6.25 당시 미군 부대 PX에서 잠시 박수근 화가와 일했던 경험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주인공 이경(李炅)은 전쟁통에 엄마랑 단둘이 서울 한복판에서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두 오빠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날아온 포탄에 죽고 난 뒤 남겨진 이경과 엄마에게 삶이란 살아도 의미가 없는 삶이 되었다.

먹고 살기 위해 이경은 미군부대 PX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부서의 점원으로 일한다. 미군들이 가져다주는 사진 속 연인의 얼굴을 손수건 등에 그려주는 일은 주로 극장 간판을 그리던 환쟁이들의 일이었고 이경은 읽을 줄만 알았던 영어를 구사하며 일감을 환쟁이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짙은 커튼이 가려진 작업실에서 환쟁이들은 그림을 그리다 낯선 이국 여성의 얼굴을 망칠 때마다 자신들의 처지를 퉤하고 뱉어버린 욕설과 함께 허망해하며 담배를 피워댄다.

어느 날 간판쟁이가 아닌 옥희도씨가 PX부서 에 들어오게 되었다. 환쟁이들과는 달리 묵묵히 손수건에 그림을 그리는 옥희도씨에게 이경은 점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고 그가 국선에서 여러 번 수상한 미술계에서는 꽤 유명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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