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동화] 비눗방울, 넷
2024/10/11
꽃들의 일렁임과 검은 옷의 남자
슬픔, 원망 그리고 분노가 마음에서 소용돌이치며, 소녀를 괴롭혔다.
소녀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소년을 이해해 보려 안간힘을 썼다.
한편으론 소년이 무사한 것을 알게 되었기에, 안심이 되었다.
무엇보다 소년은 좋은 사람과 함께 있다.
그리고 몹시도 그가 그리워져 견딜 수 없는 날이 온다면, 언제든 가서 만날 수도 있으리라.
“축하해 주어야 하는 건가, 다행스러운 일인가…….”
소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간 너와 나는 무엇이었던 것일까.
너는 나에게 진심이었던 걸까.
우리의 순간순간은 결국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
소녀는 자신과 소년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생각에 빠졌다.
소녀의 작은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유난스럽게 시들시들하던 꽃들이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듯이 흐르는 눈물을 받아주고 있는 듯했다. 꽃들은 조금씩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눈물이 말라가자, 이번에는 깊은 고독이 소녀의 마음을 가득 채워왔다. 가슴이 헛헛해지더니 곧 쓰라려 왔다. 소녀는 세상에 자신만 남아버린 기분에 휩싸인 채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스산한 바람이 꽃들 사이로 소녀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며 지나갔다.
꽃들과 작은 잎사귀들이 소녀를 위로하기라도 한다는 듯 서로의 몸을 바스락이며 노래를 불렀다.
맑은 시냇물도 잔잔한 소리로 그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숲은 평온한 속삭임으로 소녀에게 잠잠한 위안을 주고 있었다.
짙은 나뭇잎 사이로 작은 비눗방울들이 소녀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소녀는 비눗방울들이 반짝이며 춤추는 광경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짙은 나뭇잎 사이로 작은 비눗방울들이 소녀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소녀는 비눗방울들이 반짝이며 춤추는 광경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물로 흐려 있던 시야가 맑아지고, 마음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곧이어 불어오는 바람에 비눗방울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다. 소녀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쓸쓸한 얼굴로 비눗방울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꽃들이 크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환호와 기쁨, 황홀의 감격과 탄식이 여기저기서...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