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안 한다."
엄마는 한결같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며 매년 '마지막'인 김장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저녁, 휴대전화 단톡방의 알림이 호들갑스럽게 울려댔다. 집회 참석 여부를 묻는 사람,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함을 표하는 사람, 믿기지 않는 상황에 분노 폭발 직전인 사람들이 있었다. 국민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혼돈의 시기를 마주하는 중이었다.
나는 김장을 하기 위해 친정에 갈 계획이었다. 한 달 전, 사 남매의 일정을 어렵사리 맞추어 정한 날이었다. 먹을 것이 없고 반찬이 다양하지 않던 시절에는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가 저장해두고 일 년 내내 먹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먹을 것이 넘쳐 나는 풍요의 시대, 왜 굳이 힘들게 김장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 번 부모님과 부딪혔다. 어르고 달래고, 협박(?)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7년 전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해, 편마비와 언어장애로 재활치료에 전념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