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짜리 사내 녀석은 하루 동안의 생활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시간이 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친구들과 물총 쌈을 하던 일, 자전거를 타면서 트럭하고 부딪힐 뻔 한 아찔했던 순간, 아빠를 따라 계족산 약수를 뜨러 갈 때 만났던 빨간 뱀딸기, 자벌레, 여치 등 아이의 그림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렇게 얘기하는 그림을 보면서 나는 아이가 어떤 것들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며칠 전, 추석명절을 서울 큰집에서 지내고 돌아오던 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안에서 아이는 몸을 뒤틀었다. 매번 그랬지만 올해도 서울에서 대전까지 무려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동차의 지루한 행렬을 이따금씩 깨우는 것은 ‘삐뽀’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과, 찌그러진 차를 끌고 가는 견인차뿐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 장면은 차라리 아이의 즐거움이 되고 있었다.
“아직 멀었니?”
얼핏 아이의 그림을 보니 하얀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