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일을 안 하고 있었는데, 그에 반비례해서 술을 먹는 양은 점점 늘어갔다. 어릴 때부터 그랬지만 그때는 거의 매일매일 취해 있었고, 날이 가면 갈수록 그의 정신도 급격히 무너져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게 '어떤 파국'을 향해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굴러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때 취업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야근이 많아 힘들었고, 사람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할 생각을 하면 막막하고 겁이 나서 혼자 울다 잠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 우리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나뿐이 없었기에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맘대로 그만둘 수는 없었다. 아빠는 계속 술을 먹었고 취했고 주정을 부렸고 맑은 정신일 때가 별로 없었고, 엄마는 우울하며 신경질을 냈고 아빠와 악다구니하며 싸웠으며 삶에 한탄했고, 결혼해서 나간 큰오빠는 현금서비스를 받아 빌려준 돈을 갚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신경이 날카로웠고 조금만 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