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방에 있는 책장 속엔 거의 매일 신문지상에 이름이 오르는 남자와 여자들로 꽉 차 있었고 책상 위엔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의 출생기록부가 있었다. 순간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책장에 있는 백 명을 모두 모아 놓아도 이름 모를 한 명보다 더 무게를 갖지 못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천칭 위에 한쪽은 백 명을, 반대쪽은 한 명을 올려놓았을 때 어떤 차이도 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하나가 백 명의 가치를 가진 것이었다.”
- 『모든 이름들』, 주제 사라마구, 문학세계사, 1999. 바보상자 속에서는 연일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익숙한 이름, 낯선 이름, 어제까지는 낯설었다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이름, 오늘까지는 익숙했다가 내일부터는 조금씩 낯설어질 이름, 선했다가 악해지는 이름, 악했다가 추해지기까지 하는 이름, 정욕과 식욕을 대변하는 이름, 가벼워지라는 설법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먼지만 풀풀 날린 이름, 무거운 이력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