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문장 16 – 주제 사라마구, 천칭 위의 이름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9/22
     “자신의 방에 있는 책장 속엔 거의 매일 신문지상에 이름이 오르는 남자와 여자들로 꽉 차 있었고 책상 위엔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의 출생기록부가 있었다. 순간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책장에 있는 백 명을 모두 모아 놓아도 이름 모를 한 명보다 더 무게를 갖지 못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천칭 위에 한쪽은 백 명을, 반대쪽은 한 명을 올려놓았을 때 어떤 차이도 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하나가 백 명의 가치를 가진 것이었다.” 
           - 『모든 이름들』, 주제 사라마구, 문학세계사, 1999.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바보상자 속에서는 연일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익숙한 이름, 낯선 이름, 어제까지는 낯설었다가 익숙해지기 시작한 이름, 오늘까지는 익숙했다가 내일부터는 조금씩 낯설어질 이름, 선했다가 악해지는 이름, 악했다가 추해지기까지 하는 이름, 정욕과 식욕을 대변하는 이름, 가벼워지라는 설법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먼지만 풀풀 날린 이름, 무거운 이력을 가졌다 했으나 한없이 가벼운 이름…… 이름, 이름, 이름들. 

     주제 사라마구(1922-2010)가 천칭에 올려놓은 100개의 이름들은 그런 이름들이 분명했으리라. 100개가 아니라 1,000개의 이름과 맞바꿀 이름을 알고 싶다.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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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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