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건 몸뚱이뿐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이 몸뚱이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싸한 명함만 가지려하지 않는다면 못할 건 아무것도 없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하루하루를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자신감 덕분에 쥐고 있던 걸 모두 놓아버리는 선택들을 할 수 있었다.
서른이 넘고 아이 둘을 낳고, 마흔도 넘어가고. 이제 나는 더 이상 가진 건 몸뚱이뿐이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다. 체력은 하루가 다르게 저하되어 가고, 마음과 다른 몸 상태로 인해 난처한 일들을 겪는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은 부쩍 마음으로는 열 가지의 일을 할 수 있겠다 싶다가도, 체력이 다해 결국 예닐곱 가지만 하고 손을 놓을 때가 많다.
카페를 온전히 책임진 지 사흘째. 아침에 남편을 보내고 아이들도 등원 등교를 시키고, 잠깐 집안일을 한다. 그러다 시간이 되면 카페 문을 열고 본격적인 일의 시작. 연휴 뒤끝이라 손님이 많은 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