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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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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로설이냐, 야설이냐

내가 처음 로맨스 작가의 길에 들어섰을 때, 나는 로맨스계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서슴없이 저질렀었다. 새. 드. 엔. 딩. 자그마치 남자 주인공을 죽였고, 하다하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한꺼번에도 죽였다. 독자들은 난리가 났었드랬다. 로맨스 소설을 읽는 건 온갖 시련과 고초 끝에도 사랑을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낙' 때문이라고. 설마설마 했었는데 어쩜 그럴 수가 있냐고. 그때만 해도 난 내가 정한 스토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나름 뚝심있는 작가였다. 올해로 거의...17년 정도 됐나보다. 첫 출간이 2005년이었으니. 촤하하. 그러나 난...여전히 무명이고...인기도 없고...반응도 시원찮은 작가 중 하나다. 요즘 트렌드는... 여자 주인공에겐 마음이 갈래갈래 찢어질 만한 시련이 있어야 하고... (집안이 쫄딱 망하는 게 가장 스탠다드하다) 남자 주인공은 엄청난 재력과 미모와, 무엇보다, 차갑고 재수없는 성격! 이게 있어야 한다. 가장...
생활/사건사고
내 MBTI는 ISF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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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답글: 내 NBTI는 ISFP다

왠지...제 얘기를 하신 것 같은... 해야할 일 미루다 닥쳐 하는데, 꼴에 또 완벽, 강박...완전 뿜었네요. ㅎㅎㅎ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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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혼자 있고 싶을 때는?

결혼 13년차. 초등학교 5학년 아들 하나. 남편은...거창하게 계약금을 떼여 몇 년(지금도 미적지근하게 진행중이긴 하지만) 금전적 어려움을 대령한 거 말고는 큰 사고 한 번 안 치는 건실하고 착한 남자. 아들은...그냥저냥 중학교 수학, 고등학교 영어 따라가는, 가끔 게임 때문에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치게 만드는 평범하고 착한 아이. 코로나로 인해 모든 생활이 바뀌었다. 남편(학원강사)은 학원 수업이 들쑥날쑥 해지며 새로 시작한 과외 사업을 대부분 ZOOM으로 진행한다. 즉...일주일 대부분 집에 있다. 아들은 주 2, 격주3회 학교를 쥐똥만큼 다녀오고 주3회 영어학원을 가는 것 말고는 또...집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각자 방에서 문을 닫고 줌으로 강의를 하고, 줌으로 수업을 받는다. 나는 노트북을 두드린다. 아니다. 먼저 피아노에 앉는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 예배가 많이 축소되어 현재는 성가대가 서지 못하고 독창 체제로 간다. 내가..전공도 안 한 일개 집사...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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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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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답글: 아빠 미안해요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감히 위로를 전합니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만큼, 혹은 그 이상을 전하고 갚으며 사는 자식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그래도 경과가 좋음에 감사하네요. 여러 도움 되는 활로가 있음에 감사하네요.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는 남편이 있음에 감사하네요. 감사할 일이 이렇게 많은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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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줄이느냐...끊느냐...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은 내 자취방에 놀러올 때 국사발(?)을 하나씩 가지고 왔다. 인사 대신 우리는 묻는다. 몇 개? 국사발을 각자 앞에 내려놓은 친구들은 초조하게 기다린다. 자신이 딜한 숫자대로, 지급받는다. 물이 끓는다. 국사발에...믹스 커피를 붓는다. 기본은 세 개. 네 개, 난 다섯 개도 한꺼번에 부어봤다. 끓인 물을 사발에 붓고 저으면 내 작은 고시촌 자취방은 말로 다 못할 황홀한 커피 향기로 가득 찼다. 그건...그냥 마약 같은 거였다. 오늘도 밤을 새야 할 운명공동체의 나태와 나약한 의지를 마비시킬. 정작 그를 다 마시고 독서실에 가면, 젠장, 내 예민한 방광은 삼사십분마다 꽉 차서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하느라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되긴 했지만. 7년 만에 고시 공부를 때려치웠다. 이제 더는 믹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대신 난 아메리카노를 즐긴다. 즐긴다, 라는 표현이 좀 우습게도... 나는 그렇다, 중독이다. 언제부턴가 쓴 게 ...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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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Nope!

남편은 학원 강사다. 음... 입시쪽 이런 거 말고... 의전원, 의대편입, 약학대, 한의대, 치전원... 뭐 요런 조금 생소한 계열의 선생이다. 이젠 의전원, 치전원, 약대를 가기 위한 MEET, DEET, PEET 시험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아마도 1~2년 내에 다 없어지지 싶다. 공공의대가 부활하면 강의 지경이 조금 넓어지겠지만... 어쨌든 이쪽 계열 선생님들은 조금씩 다른 활로를 찾고 있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제법 잘 나가는 '1타강사'였는데, 지금은 동종계열 학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으니, 아이고, 의미가 없다. 그래서 '라떼는' 잘 나가던 선생님들 몇분과 의기투합해 외국 의대 시험으로 눈을 돌렸다. 과외만 전문이다. 시간당 보수가 아주, 증말 아주 높다. 누가 할까, 싶을 만큼. 그런데... MIT공대, NYU치대, 일리노이 주립대, 칭화대, 북경대...뭐 먼나라 딴나라 얘기로만 듣던 학교 학생들이 전화를 한다. 학점 관리를 위해, 혹은 미국 의대...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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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돈이 원수다.

김장을 위해 부모님 댁에 내려갔던 날. 엄마는 고무장갑을 끼고 절인 배추를 씻어내시다가 개숫가에서 미끄러지셨다. 억, 소리와 함께 머리까지 시멘트 바닥에 찧으셨고 어떻게든 몸의 중심을 잡으려다 손목까지 부러지셨다. 그 깜깜한,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길을 달려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엄마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었다. 손목은 뼈가 완전히 부러져 내일 당장 수술을 해야했고, 불행 중 다행히 머리는 사진 찍어본 결과 별 이상이 없었다. 뭐, 엄청나게 커다란 피멍과 혹이 생기긴 했지만. 다음 날 수술을 하셨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신, ㅎㅎㅎ, 엄마를 위해 1인실에 입원을 시켜드렸더랬다. 형편이 썩 여유롭지 못한 언니와 이제 막 신접살림을 시작한 동생에겐 큰 소리를 쳤드랬다. 나는 남편이 꽤 수입이 높은 편이었다. 일주일 후, 수백 만원의 병원비를 나는 남편의 체크카드로 당당히 결제했다. 일주일 동안 사다 나른 간식과 과일, 일주일 내내 유치원 아들과 동생과 지내며...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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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돈 버는 게임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게임을 하면 돈을 준다! 광고는 속된 말로 '눈깔 돌아갈' 만큼 가난한 내 심장을 뛰게 한다. 퍼즐만 맞추면 만원 짜리, 오만 원짜리가 우르르르, 와르르르, 내 계정에 쌓인다고! 하지만... 한 판 클리어에 7000원, 8000원 씩 쌓이던 돈은 100stage가 넘어가면서 정말이지..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처참하다. 광고는 광고대로 주구장창 보는데... 213.9원... 68원... 57원... 43원... 38.2원... 광고, 또 본다. 계속 본다. 게임 클리어보다 광고 보는 시간이 더 길다... 29원... 17원... 11원... 와, 계속 본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를 악물고 한다. 드디어... 9원으로 떨어졌던 적립금은 스테이지가 거듭될 수록..아, 그래, 차라리 안쓰러워진다. 4.8원... 3.5원... 3.2원... 3.1원... 얼마나 돈 주기 싫으면. 게임 개발자 비웃음소리가 ...
생활/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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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진

나는 작가다.

20년 전, 아무 생각도 없이 한 인터넷소설카페에 글을 연재했었다. 당시 하고 있던 공부가 힘들기도 했고, 미래가 짜증스럽기도 했고. 되지도 않는 엉망진창의 글을 마구 휘갈겨놓고 나름 뿌듯해했었다. 카페지기에게 따로 연락이 왔었다. 조회수가 높단다. 댓글이 많대. 어이도 없지. 전자책으로 출판을 하자는데 덜컥 겁도 났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나는 로맨스소설작가가 됐다. 종이책으로 출간도 꽤 했고...뭐, 이상한 출판사와 계약해 원고만 뜯기고 돈 한 푼 못 받은 적도 있고... 지금은 안정적인 출판사와 고정적으로 출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나름 중견 작가다. 요즘은 종이책 출간이 이루어지지 않는 추세다. 웹소설, 웹툰 시장이 거대하게 몸집을 불리며 모든 출간은 전자책으로 이루어진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나는 점점 더 글을 쓰기 힘들다. 예전엔 그래도 스토리가 있고 떨림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작가분들, 많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양산되는 많은 소설들...
경제/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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