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대학생이었습니다. 모순론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모순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졌죠. 당시 분위기 중에는 "반전반핵 미제축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것은 올바른 말일까, 고민했어요. 당장 눈 앞에 우리를 억압하는 신군부를 몰아내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죠. 하지만 왜 선배들은 이 모든 것에 "미제"를 앞세우고 있을까 이상하기도 했죠.  노동과 자본의 갈등보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문제가 왜 더 큰 문제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의 고리는 분단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죠. 독재 정권은 북한의 침략을 언제나 입에 걸고, 그 때문에 우리는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한다고 이야기했으니까요.  민주화와 통일은 어떤 것을 먼저 이루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분단이 독재 정권의 밑거름으로 이용되는 한 민주화는 오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통일과 민주화는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