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주는 가장 큰 풍요로움은 알지 못했던 곳의 알지 못했던 삶과 연결되는 데에서 나온다고 저는 믿습니다. 첫번째 글이었던 ‘낯선 사람들’도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이기언 교수는 <해석학>에서 리쾨르의 철학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독자인 나는 나를 버려야만 나를 만난다.”(TA, 117) …… “에고이스트인 나가 지워져야, 독서의 산물인 자기가 탄생한다.”(RF, 76) 에고 코기토의 에고를 버려야만, 나는 텍스트의 선물인 ‘더 원대한 자기’, 즉 나와-다른-자기를 만날 수 있다. …… 머나먼 여행 끝에 ‘타자처럼’ 돌아온 자기는 나의 주인인 ‘나’가 아니라, 텍스트의 제자인 ‘자기’이다. 바로 이것이 자기화의 산물이다.
잠시 에고를 내려놓고 다른 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는 경험, 그렇게 다시 나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읽기가 주는 큰 선물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그렇게 다른 이의 삶 속으로 진입해보려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