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발명된 1839년 이래로 모든 것이 사진에 담겼거나, 혹은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지내던 우리의 상황, 우리의 세계를 뒤바꿔버린 것은 바로 이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사진의 시선이다.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새로 가르쳐준 사진은 무엇이 볼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에게 관찰할 권리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을 둘러싼 관념 자체도 바꿔버렸고, 더 넓혀줬다. 바라본다는 것의 근본원리, 좀 더 중요하게는 바라본다는 것의 윤리를 말이다. 결국 사진이 품었던 계획의 가장 웅대한 결과를 꼽자면, 우리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것을 우리 머릿속에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모든 이미지를 한데 끌어 모으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 수전 손택, 이재원 역, 이후, 2005, 17∼18쪽. 어떤 형태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든 작가는 세계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