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문학 4 - <개 같은 내 인생>, 정말 개 같은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9/23
<개 같은 내 인생>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 같은 내 인생>(1985, 스웨덴, 1987년 미국비평가협회상, 1988년 골든글로브 외국영화상 수상)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제목 때문에 관심이 일었다. <개 같은 내 인생>이라니! 이름에서 느껴지는 일탈적 혹은 동네 양아치 같은 느낌 때문에 오해도 있었다. 결국 개 같은 천덕꾸러기나 일탈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그걸 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 우선 말하자면 개는 등장한다. 그 개라면 “이런 개 같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주개, 라이카라니……. 지구를 떠나 홀로 지구를 지켜보아야 하는 존재라니! 그건 너무 외로운 것 아닌가! 그건 너무 당혹스러운 외로움 아닌가!

    <개 같은 내 인생>은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1869∼1954, 덴마크)의 소설 『정복자 펠레』(1906∼1910)를 영화화한 동명 영화 <정복자 펠레>(1989)를 함께 떠오르게 한다. ― 영화와 책을 꼭 읽고, 보시길 권한다 ― 펠레와 잉마르가 살았던 시대는 백년 가까운 차이가 나고, 상황의 가혹함에도 차이가 있지만, 둘에게 닥친 풍경의 무게와 어둠은 소년들에게는 ‘정말 개 같은’ 것일 수 있다.
<정복자 펠레>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은 레이다 욘손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누군가 그런 외로움을 겪어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픈 인생에 대한 공감은 때론 정말 개 같다(스웨덴에서는 ‘개 같다’는 표현을 좋은 느낌으로 쓴다고 한다). 어린 소년들에게 너무 빨리, 너무 가혹하게 닥치는 운명이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보는 자의 가슴을 향해 밀려오는 감동과 애잔함은 풍경의 주인공에게는 가혹한 상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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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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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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