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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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2 러시아의 위태로운 코르크마개

 숨막히는 안보 현실 속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생존 전망은 매우 어두웠다. 미국과 함께 양극 국제체제의 한 축을 형성했던 사회주의 제국 소비에트연방이 갑작스레 무너졌다. 그리고 러시아를 포함해 15개 국가가 생겨났다. 1991년 8월 30일 구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아제르바이잔도 이들 중 하나였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의 생존 전망은 매우 어두웠다.    아제르바이잔은 국토 면적이 8만 6,600제곱킬로미터(㎢)로 남한보다 조금 더 작은 나라다. 코카서스산맥 남쪽에 자리한 아제르바이잔은 사나운 이웃들에 둘러싸였다. 북쪽에는 러시아, 서쪽에는 아르메니아, 남쪽에는 이란이 있다. 북서쪽으로 조지아와의 국경만이 안전하다. 숨막히는 안보 현실 속에서 조지아 같은 동반자가 있어 매우 다행이다. 조지아는 내륙국(內陸國) 아제르바이잔을 흑해로 빠져나가게 해준다. 러시아의 영향권 밖으로 빠져나가려 들면 반드시 응징이 따른다. 아제르바이잔은 살아남기 위해서 현실을 바로 봐야 했...
국제정치/국제사회 · 사상/철학/역사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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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1 바다가 없는 나라들의 돌파구

바다가 없다면 어떨까?    따사로운 볕 아래 백사장에 몸을 누이고, 어부가 갓 잡아 손질해 식탁에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먹어보려면 여권을 들고 해외여행을 떠나야만 한다는 불편함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통팔달(四通八達) 길이 잘 뚫려 자동차든 기차든 탈 것으로 2시간만 내달리면 국토 삼면을 에워싸는 바다에 닿을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은 바다의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듯 하다. 그런데 바다에는 위락과 식도락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바다는 세상에서 통행료가 가장 싼 길이다.    남극 대륙을 제외하고는 주인 없는 땅 없다. 그러나 전 세계 바다에는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공해(公海)가 3분의 2나 된다 세계 지도를 잠시 들여다보자. 지구상에는 남극 대륙을 제외하고는 주인 없는 땅은 없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남의 나라 땅을 지나가려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벨라루스 같은 동유럽 국가는 여행객이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저 땅만 지나가는 데도 값비싼 통...
국제정치/국제사회 · 경제/소비자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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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뒷이야기 ④ 1인당 메달 꼴찌로 추락한 2억 인구의 나라

파키스탄이 1948년 런던 하계올림픽에 참가해서 지금까지 따낸 메달은 고작 10개(금메달 3개)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가 많으면 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많이 딸까? 아무래도 인구가 많으면 메달을 딸 잠재력은 크다. 하지만 이 나라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파키스탄은 2021년 기준으로 인구가 2억 3,140만 명이나 되는 큰 나라다. 파키스탄보다 인구가 더 많은 나라는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네 나라밖에 없다. 그런데 파키스탄이 1948년 런던 하계올림픽에 참가해서 지금까지 따낸 메달은 고작 10개(금메달 3개)밖에 되지 않는다. 무대를 아시아로 옮기면 좀 나아질까? 아시안게임에서는 총 207개(금메달 44개)의 메달을 얻었으니 나름 선전했다고 하겠는데, 이게 다 옛날에 벌어놓은 메달이고 성적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파키스탄은 과거 아시아 체육 강국이었다. 무엇보다도 파키스탄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하계올림픽 무대에서 인도에...
스포츠 · 국제정치/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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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뒷이야기 ③ 1인당 금메달 1위는 어느 나라?

1인당 금메달, 아시아 1등인 나라   인구 150만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가 금메달 12개를 땄다. 이 나라 면적은 760만 평방킬로미터(㎢)로 경상남도 창원시 크기다. 인구 절반은 외국인 노동자다. 그러니까 국가대표로 나갈만한 사람 수는 약 70만 명 정도다. 1인당 금메달 숫자로 계산하면 틀림없이 아시아 1등이다.   바레인은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서 3년 뒤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했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때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고, 다음 대회인 서울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건졌다. 그 후 메달 소식이 없다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꾸준히 사냥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9개,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금메달 12개를 따며 종합순위를 끌어올리더니 항저우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로 마침내 종합순위 9위에 올랐다. 하계올림픽에서는 도쿄 올림픽(2020)까지 통산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기록하고...
스포츠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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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뒷이야기 ② 한국은 젊은 인도(INDIA)에 따라잡힐까?

40년 지켜 온 아시안게임 ‘1강 2중’ 구도   아시안게임 국가별 종합순위는 늘 변함없다. 중국이 항상 압도적으로 1등을 하고, 한국과 일본이 2위를 놓고 다툰다. 이러한 ‘1강 2중’ 구도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때 처음 나타났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쭉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2위를 차지했고, 4년 후 같은 곳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1974년 대회 때는 개최국 이란에 밀리면서 4위로 쳐졌다. 당시 대한민국은 북한과 치열한 순위 다툼을 했다. 다시 방콕으로 돌아온 1978년 대회 때 대한민국은 3위로 올라섰고,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3위 밑으로 미끄러져 본 적이 없다. 이제 아시안게임은 한국과 일본이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무대 같다.    덩칫값 못하던 인도코끼리 일어서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한(韓)·일(日) 2~3위 독점에 도전장을 내민 나라가 있다. ...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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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사랑희정
'브레이킹' 경기 종목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을 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하시나요?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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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댄스는 스포츠인가?

내년에 열리는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브레이킹(breaking)이 정식 종목으로 들어간다.    “브레이킹이 뭐지?” 생소한 종목이라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힙합 댄서들이 길거리에서 춤추는 ‘비보이(B-Boy)/비걸(B-Girl)’이 실력을 겨루는 경연 종목이 되었다. K팝이 대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가 브레이킹 세계 랭킹 1위 강국이라고 하는 기사를 봤는데, 다른 나라 비보이/비걸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 비보이와 중국 비걸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시 당연한 금메달은 없다. 세계인이 겨루는 올림픽 무대에서는 더 경쟁이 치열할 터다. 그런데 힙합 댄서들의 춤이 올림픽 종목에 들어간다고 하니 좀 어색하다. “브레이킹이 과연 스포츠가 맞긴 한 건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먼저 스포츠가 뭔지를 한 번 따져봐야겠다. 스포츠의 정의(正意)를 내려보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스포츠를 찾아봤다.  놀이, 게임, 그리고 시합의 개념 정의  ...
생활/사건사고 · 스포츠 ·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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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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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뒷이야기 ① 배드민턴 몰락... 올림픽 메달 전략에 비상등 켜진 인도네시아

  두 뺨에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서러움에 복받친 울음이 터져 나와 엉엉 울고 말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 배드민턴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뚠중(Gregoria Mariska Tunjung)은 일본 선수 오호리 아야에 2세트마저 내주며 메달권에서 벗어났다. 동료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하고 모조리 탈락한 터라 인도네시아 배드민턴의 자존심은 그레고리아의 라켓 위에 무겁게 걸려있었다.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배드민턴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인도네시아는 항상 메달을 수확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적이 3차례 있긴 했어도 ‘노메달’은 없었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배드민턴은 인도네시아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인도네시아가 하계올림픽에서 거둔 통산 8개 금메달은 모두 배드민턴에서 나왔다. 바꿔 말하면 인도네시아는 배드민턴을 제외하고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서 본 적이 없다. 배드...
스포츠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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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금메달 없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일본에 패하면서 목표로 했던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냥 진 것이 아니라 경기 초반부터 일본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19-29, 두 자릿수 점수 차로 뒤지며 완패했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은 아시아 대륙에는 적수(敵手)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막강했지만, 2진으로 꾸린 일본에 10점 차로 패하면서 최고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만 자존심을 구긴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국기(國技)라 자부하는 배드민턴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배드민턴이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인도네시아 선수가 시상대의 맨 위에 오르지 못한 것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에는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시상대에는 인도네시아 국가(國歌) ‘인도네시아...
스포츠 · 언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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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이라는 비현실적 공간에서 비현실적으로 벌어진 비현실적 사건

판문점은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공식적으로는 전쟁을 끝내지 못한 남과 북 ‘두 나라’ 군인이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원래는 본토에서 분리되어 타국 영토에 둘러싸여 외톨이처럼 고립(孤立)된 영토를 뜻하는 낱말 ‘enclave’를 영문 매체들이 판문점을 묘사할 때 자주 갖다 붙인다. 왜 판문점을 enclave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전 협정 위반이지만) 각종 중화기로 무장하고 지뢰투성이 비무장지대(DMZ)에서는 겉보기에 경무장한 군인들이 굳은 자세로 서 있는 판문점이 고립 영토처럼 보이는 듯하다.   소수 정예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원으로 뽑혀 대한민국 육군 0.01% 엘리트 군 생활을 하거나 통일부 공무원이 되지 않는 한 한국 사람은 접근조차 어려운 그런 군사 지역에 남쪽과 북쪽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와 ‘안보 견학’이라는 명분으로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재미있고 신기한 구경거리로 관람하는 일도 비현실적이다. 남북 경계선 너머에 걸쳐 있는 하늘...
국제정치/국제사회 · 미중일/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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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난제 중 난제 : 영어 단어 nation을 국인(國人)이라 번역해도 될까?

네이션(nation). 우리말로 옮기기 정말로 까다로운 번역의 난제(難題)다. 『능률 롱맨 영한사전』은 nation을 ①국가, 나라 ②(집합적) 국민 ③민족, (특히, 아메리칸 인디언의) 부족으로 뜻풀이한다. 영어 단어는 하나인데 우리말로는 뜻이 많이 다른 단어로 풀이될 수 있다. 번역자가 문맥을 고려해 뜻을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야 하는데 실수가 나올 여지가 크다.    터키사를 연구한 네덜란드 출신 학자 에릭 얀 쥐르허르(Erik-Jan Zürcher)가 쓴 『터키 현대사(Turkey: A Modern History)』에는 ‘an Ottoman nation’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개혁주의 세력은 국력이 쇠잔해져 기울어가는 오스만 제국을 근대화 작업을 통해서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제국 내 각 민족 집단(millet)을 하나의 오스만 국민으로 만들어내려 했다. 이런 사상을 오스만주의(Osmanlıcılık)라 부른다. 여기서 nation을 우리에게 익숙한 데로 민족이라고 번...
사상/철학/역사 · 언론/미디어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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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되어도 나눗셈 하나 못 시키는 인도 초등교육... 방글라데시보다 낮은 국민 소득에는 이유있다

2년 전 인도가 경제 규모에서 영국을 뛰어넘고 세계 5위로 올라섰다. 연평균 7~8%대의 고도성장을 달리는 인도의 세계은행 추산 2021년 국내총생산(GDP)은 3조 1,500억 달러다. 영국은 3조 1,200억 달러에 그쳤다. 이듬해 두 나라의 격차는 더 벌어져서 인도가 3조 3,900억 달러, 영국은 3조 700억 달러다.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영국이 다시는 따라오지 못하도록 더 멀찌감치 앞서나갈 뿐만 아니라 정체에 빠진 독일과 일본을 따라잡아 세계 3대(大)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기세다. 이제 세계 주요 언론 매체는 국제면 기사에서 아시아에서 인도를 분리해 특별 대접을 해야 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영국 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중국이 일본을 앞질러 세계 2위로 올라서자, 아시아 면에서 중국을 분리했고 매주 ‘차관(Chaguan)’이라는 사설을 싣는다. 이제 인도는 중국과 대등한 관심을 받는데, 『디 이코노미스트』의 2023...
국제정치/국제사회 · 경제/소비자 · 젠더/청년/교육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영어의 습격을 받는 유럽의 언어들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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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틀 정착시킨 터키어... 드론(drone)의 순화어 ‘하늘 나는 눈’은 잘 자리 잡을까?

6년 전 필자가 이스탄불 아타셰히르(Ataşehir)의 엔사르 재단(Ensar Vakfı) 기숙사에서 머물던 시절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붕붕 꿀벌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나는 드론이 나타났다. 터키어위원회(TDK, Türk Dil Kurumu)가 영어 단어 drone 대신에 순 터키어 이름을 무인 비행물체에 지어주기로 하고 공모전을 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드론에서 꿀벌 소리가 나설까? 꿀벌 눈(arıgözü)으로 하자는 사람도 있었고, 하늘 나는 카메라(uçan kamera), 연처럼 날려 보는(uçurgör), 날아서 찍는(uçarçeker) 같은 기발한 생각도 나왔다. 결국 ‘하늘 나는 눈(目)’이라는 뜻으로 ‘우찬괴즈(uçangöz)’가 낙점됐다.   우리말에 고유 한자어, 일본에서 유입된 한자어가 많은 것처럼, 터키어에도 수많은 외래어가 있다. 이슬람 문화 영향으로 아랍어 단어가 6,467개로 가장 많다. 오스만 제국 시절 페르시아-아랍 문자로 ...
국제정치/국제사회 · 문화/예술 · 언론/미디어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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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 국가 인도네시아에 무슨 자원 ‘민족주의’... 자원 ‘자국주의’로 번역하면 어떨까?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전략 자원 니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진 나라다. 그런 인도네시아가 몇 해 전부터 니켈 원광(nickel ore)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자원 민족주의(Resource nationalism)라는 용어가 다시금 주목받는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 열강이 식민지의 풍부한 자원을 수탈하고, 그 자원을 가공하여 만든 완제품을 비싼 가격에 식민지에 되팔아 부를 축적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러한 정책의 저변에 깔렸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귀중한 천연자원이 집중적으로 묻힌 개발도상국들은 가치 사슬 위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원광을 있는 그대로 팔지 않고, 이를 국내에서 제련해 부가가치를 최대한 많이 더하여 수출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세계 굴지의 광산기업들이 마지못해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구리, 알루미늄 제련소를 건설한다. 배터리 제조업체와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미국, 한국 국적 가리지 않고 ...
경제/소비자 · 국제정치/국제사회 · 언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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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나토(NATO) 가입 승인... 자력으로 집권하지 못하는 에르도안 혼자 결정할 문제 아니다

오는 7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Vilnius)에서 2023년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겨 이제는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래서 서방 언론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고집스럽게 막아서는 튀르키예, 특히 최근 권력 연장에 성공한 레젭 타이입 에르도안 대통령 의중에 계속 조명을 비추고 있다. 하지만 튀르키예의 대(對)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은 에르도안 대통령 개인 수준에서만 분석할 문제가 아니라 튀르키예 국내 정치와 튀르키예를 둘러싼 대외 환경을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풀릴 복잡한 방정식이라 생각된다.   이번에는 튀르키예 국내 정치 환경을 들여다보자. 튀르키예의 집권 여당은 지지율 하락을 겪으면서 그간 노선을 달리했던 다른 정당과 연합해서 정권을 부지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은 일견(一見) 공고해 보인...
국제정치/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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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지는 튀르키예 1리라 동전... 20분의 1토막이 난 화폐 가치

튀르키예공화국의 건국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의 옆모습 초상이 앞면에 새겨진 1리라(lira)짜리 동전은 구리(75%)와 니켈(15%), 아연(10%) 같은 금속 합금으로 주조된 무게 8.2그램(g)짜리 꽤 묵직한 주화(鑄貨)다. 두께 2밀리미터(㎜)에 지름이 26.15㎜나 되어 제법 큰 편이고 금색과 은색 바탕에 정교한 레터링과 무늬 때문에 한눈에 봐도 제조원가가 꽤 나갈 것 같은 동전이다.    2009년에 처음 주조되어 유통되었을 때 이 동전 하나의 가치는 한때 오백원짜리 동전 2개와 맞먹었다. 1리라 환율이 한화 900원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와는 달리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사용 요금을 내야 하는 튀르키예에서 1리라 동전을 요금 투입구에 넣을 때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튀르키예의 이슬람 사원에서는 ‘압데스트 예리(abdest yeri)’라 불리는, 무슬림들이 기도할 때 정결례를 치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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