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이력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7/13
아시겠지만, 복층으로 된 집은 아래쪽은 대부분 소파와 책상 그리고 싱크대 냉장고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장롱이 있습니다. 다른 집은 어떻게 집안을 배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배치가 최선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책상 왼쪽으로 고양이 모란의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습니다. 오른쪽엔 작은 서랍장이 있습니다. 고양이 모란이 서랍장 문을 열 때마다 그 안이 궁금해서 열린 문안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 층으로 올라가면 최소한의 프레임에 매트리스만을 깔고 머리맡으론 터치식 버튼으로 불이 들어오는 침대 머리가 있는데 손으로 살짝 누르면 눈이 부실 만큼 환한 불이 켜집니다. 
   
처음 침대 머리를 고를 때는 침대 머리맡에서 환히 불을 밝히며 책을 읽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불을 끄고 잠이 드는 것이었죠. 그 계획을 무산시킨 건 모란이었습니다. 침대 머리맡을 돌아다니며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지는 것을 알게 된 모란은 눈부신 불이 켜지면 일어나는 사람을 보며 잠들기만 하면 불을 켰습니다. 결국 전원을 뽑아버렸습니다. 
   
이제 침대에선 잠을 자는 일에 충실하여지기로 하였습니다. 
   
   
모든 물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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