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희귀한 경우이지만 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인간의 뇌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각기 다른 영역에서 관장한다. 한주는 의식이 돌아오며 모국어를 담당하는 부분이 열리지 않았다. 다만 남겨진 건 일본어였다...” (p.25)
밤의 꿈을 이야기하며 걱정을 드러냈다. 내가 앞서 난독증인 후배의 상황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참에 후배가 먼저 내게 나아진 상황이 있다고 알려왔다. 자신이 어떤 글도 읽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하지만 얼마전 영어로 된 텍스트는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영어로 된 뉴스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찾아본다고 했다. 다행히 후배의 전공은 영문학이었다. 다행스럽지 못한 것은 후배는 집밖 출입을 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자, 내 이름은 유키노, 태어난 곳은 미타 공업지구,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은 오타루, 그곳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은 어머니, 오타루를 떠나 살았던 곳은 도쿄, 그곳 도쿄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은 한주, 한주가 태어난 곳은 서울, 한주가 죽었던 장소는 부산 호텔의 어느 욕조 안. 특이사항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