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대신 파티션으로 나뉜 인간으로 살으려 하였으나... 한정현, 《환승 인간》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02
“... 내 진심은 모두 소설에 바닥까지 내보이며 쓰고 있으니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온전히 솔직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 소설에서 이미 나는 너무 많이 솔직하고 너무 많이 슬펐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많은 진심을 보였기 때문에.” (p.32)
 작가의 소설 《쥴리아나 도쿄》를 삼년 전 이맘 때 읽었다. 난독증은 난독증인데 한국어는 읽지 못하고 영어는 읽을 수 있다는 내 후배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어 (소설 속 인물에 남겨진 것은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였다) 이런 일이, 하면서도 그 어색한 주제에 낯설어하지 않으며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허구와 진심의 어울림을 토로하고 생활 산문의 솔직하지 못함에 양해를 구하는 작가를 이해할 수 있다.

 “태어나 지금까지 내가 스스로 만든 이름은 스무 개도 넘는다... 이름 뒤에 숨어 있으면 편안한 기분이다. 얼굴을 드러내고 정체를 밝혀야 편안한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우는 그 반대였다... 내게 다른 이름은 위안 같은 거였다... 이런 이유로 나는 무수한 이름을 만들어냈고 환승을 거듭하며 적어도 그 안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나 자신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 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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