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1+1=1의 의미. (feat. 스포 경고)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5/22
2010. 드니 블뢰브. <그을린 사랑>

1+1=2일까? 1은 될 수 없을까?

수학사에서 이런 물음이 진지하게 인 것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가 거의 유일한 시기였지 않나 싶다. 요즘엔 1+1=2가 아님을 보이려는 이들, 그러니까 수학 체계의 모순성을 증명하려는 이는 사이비 학자 취급을 받는 경향이 있다더라.

수학자들의 근원에 대한 물음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 함께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된다(그렇게 알고 있다). 과거의 1+1=2와 현대의 1+1=2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과거엔 1+1=2가 절대 진리였다면, 현대의 1+1=2는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증명이 있긴 하나 엄밀히 말하면 집합론으로 환원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약속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법. 사회는 금기가 지켜짐으로서 유지되기 마련이나 금기는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는 언제나 전복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파괴된 세상은 1+1=1의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드니 빌뢰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은 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잘 담아냈다. 영화는 대단히 비극적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잔잔하게 흐른다. 약약약강, 약약약강의 템포. 각본도 각본이지만 연출이 더 마음에 든다. 혹자는 충격에 휩싸여 잘 연출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역겹다는 반응을 토해내기도 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이 영화가 <세르비안 필름>급 영화로 매도되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 영화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세상을 담는 그릇이다. 세상은 때론 잔혹하다. 가시권 밖의 다른 차원의 세상은 외려 고어물을 닮았다. 우리는 그 잔혹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곳’은 가기엔 너무 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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