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내 부엌은 내가 할게 - 따뜻한 가시방석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1/12
이미지 출처. 블로그 새가 앉은 자리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정신 못 차릴 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한 달을 보내고 두 달쯤 되었을 무렵, 혼자 계시는 어머님을 뵈러 시댁에 갔을 때였다. 시댁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중압감만으로도 나는 괜히 안절부절못했다. 며느리라면 모름지기 시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해서는 안 되며 시댁 부엌과 며느리는 한 몸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부엌을 탈출하는 건 힘든 일이라고 여기저기서 들었던 탓이었다. 며느리로서 투쟁하기보다는 순응하기로 한 나에게 제일 만만한 건 설거지였다.

늘 함께 지내던 아들이 결혼을 했으니 한동안 혼자 계셨던 어머님은 반가운 아들 내외 왔다고 맛난 반찬을 골고루 준비해 놓으셨다. 아무도 없이 혼자 하시느라 힘에 부치셨는지 얼굴이 그새 핼쑥해지셨다. 가뜩이나 40킬로 갓 넘는 호리호리하신 체구의 어머니는 그새 더 쪼그라드신 듯 보였다. 나는 밥을 얼른 먹고 냉큼 일어나 주방에 갔다. 맛있게 먹은 만큼 설거지도 깨끗이 해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고무장갑이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아무리 찾아도 내 살림살이와 다른 주방 구조는 어색하고 낯설기만 해 한눈에 뭘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조심스레 여쭤볼 수밖에.

"어머니~ 장갑 어디 있어요?"

"설거지하게? 아유 놔둬라. 내가 할 거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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