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06
“제가 갇혀 있는 곳은 끝이 없어요. 시작도 없고.” (p.57)
 사만다 안드레티는 자신이 있었던 장소를 그린 박사에게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소설은 학교에 등교하다 납치되었던 중학생 사만다 안드레티가 다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소녀의 납치는 불길하기 그지 없지만 귀환이라는 결말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것이리라 여겨지지만 여기에는 또다른 함정이 있다. 귀환과 납치 사이에 무려 15년이라는 시간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립 탐정의 첫 번째 철칙은 눈에 띄지 않는 외모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차림새가 중요한 이유는 남들의 시선이 땀내와 담배 냄새에 찌든 그의 누더기 같은 옷차림과 덥수룩하고 기다란 턱수염에 집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외모는 일종의 갑옷과도 같다. 그래서 타인들로 하여금 그의 겉모습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했다. 처지가 딱해 보이는 남자를 보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십중팔구 경계심을 풀기 마련이니까.” (p.116)
 그리고 이 수수께끼 같은 납치와 귀환 사이의 시간을 파헤치기 위하여 브루노 젠코라는 사립 탐정이 등장한다. 그는 오래전 부모에게 의뢰를 받아 사만다를 뒤쫓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는 그때 포기하였고, 이제 사만다가 다시 등장하면서 묻어 두었던 포기의 기억을 뒤집을 작정을 한다. 경찰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도 브루노는 서서히 사만다를 납치하였던 범인을 향하여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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