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독자의 예측을 불허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도나토 카리시, 《속삭이는 자》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06
“... 일부 심리학자들은 심신이 미약한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당신 같은 인간들을 ‘속삭이는 자들’이라고 지칭하지... 난 ‘늑대’라는 말이 더 좋은데 말이야······. 늑대들은 떼로 몰려다니거든. 그리고 각각의 무리마다 우두머리가 있어. 그런데 종종 나머지 늑대들은 우두머리를 위해 대신 사냥을 하곤 하지.” (p.596)
 《속삭이는 자》를 읽는 데 열흘쯤 걸렸다. 리뷰를 작성하려고 노트북과 함께 들고 다닌 것이 또 나흘쯤 된다. 저녁에 팔십 분 에어로빅 런을 했고, 이어서 한 시간 수영을 했지만 오늘은 쓰기를 미루지 말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는데, 빵 몇 조각을 먹으며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 〈한니발〉이 나오는 데서 멈추고 말았다. 방금 한니발 렉터 박사가 메이슨 버저 앞으로 묶인 채 실려 왔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다시 빛의 세계로 나와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했거든요. 아주 강력한 이유를. 그건 다시 되돌아 나오는데 사용할 구명로프 같은 거예요. 거기서 깨달은 건, 어둠이 우리를 부른다는 거였어요. 현기증이 나도록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는 거. 그 유혹을 떨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거예요······. 그리고 어둠 속에서 구해야 할 사람을 데리고 나왔을 때, 우리만 빠져나온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돼요. 항상 그 어둠 속에서 우리를 따라 나오는 게 있었어요. 신발 밑창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 뭔가가. 절대로 떼어놓기 힘든 그 뭔가가.” (p.542)
 <한니발>을 꽤 여러 번 보았을텐데 마지막에 이르면 언제나... 《속삭이는 자》를 읽을 때 꽤 여러 번 <한니발>을 떠올렸다. 그런가 하면 M.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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