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29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리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우리는 인종차별의 도시 파리에 있었다. 파리는 여성혐오의 도시이기도 하다. 파리는 산책자의 도시이다. 고로 산책자는 여성혐오자다. 사뮈엘 베케트는 파리 9구의 고도드모루아 거리에 있는 창녀촌을 자주 찾았다. 하루는 여자 하나가―아마 매춘부였겠지?―베케트에게 다가와 서비스를 이용할 거냐고 물었다. 베케트가 거절하자 여자가 비꼬는 투로 물었다. “그러시겠, 그럼 누굴 기다려요? 고도를 기다리시나?”』 (p.25) 이런 류의 유머들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읽을 수가 있었다.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에는 엠이 등장하고 여러 장소가 등장하다. (책의 표지에 정지돈 연작 소설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누구여도 상관 없는 인물과 어떤 곳이든 장소만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소설을 쓸 수 있어, 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아이는 아주 귀여웠고 어렸기 때문에 인형을 보면 눈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기 위해 눈알을 빼려고 했다」
 “지수는 현재 맥도날드 법무팀에서 일하며 밤에는 웹소설을 쓴다.
 맥도날드에도 법무팀이 있어요?
 엠이 물었다.
 1982년 재정된 햄거법이라는 게 있어요. 오리건 주에서 덜 익힌 패티를 판매하다 생긴 햄버겨병 때문에 생긴 법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관련 법 조항이 없고요. 한국에는 패스트푸드 산업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많지만 제대로 된 판례가 없어요.
 그러면 분쟁에서 맥도날드 편을 드는 거예요? 엠이 물었다.
 아니요. 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지도 교수가 말했죠. 햄버거의 편을 드는 거라고 생각해.” (p.49) 그 유머들이 꽤나 신랄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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