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 : 소녀는 어떻게 환경운동가가 되었나?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1/08

2018년 여름, 유럽 전역이 4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북반구와 겨울이었던 남반구까지 찜통더위에 속수무책이었다. 스웨덴 숲에서 초대형 산불이 일었다. 곳곳에 가뭄이 들어 땅이 바짝 말라비틀어지고 논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도시와 자연이 펄펄 끓어오르자, 열사병 같은 온열 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속출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안전하게 몸을 피신할 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엉망인데 다들 조용했다. 온통 절망뿐인데 다들 희망적인 얘기만 늘어놓았다. 이토록 기이한 평온을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던 한 소녀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2018년 8월 20일, 열다섯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팻말을 들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으로 향했다. 소녀는 이상 기후 현상의 관찰자이자 비극적인 죽음의 목격자로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스웨덴 정부가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반응들이 쏟아졌다. 절반은 무관심했고 나머지 절반은 “학생답게 학교 가서 공부나 해라”,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기후학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훈계질을 일삼았다. 이에 크레타 툰베리는 지지 않고 반격했다. “미래가 없는데 공부는 해서 뭐 합니까?” 스웨덴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은 곧이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10대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불과 18개월 만에 기후위기에 대한 수백만 명의 시각이 바뀌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알렉산드라 우리스만 오토가 인터뷰하고 로저 투게손이 찍은 1년 7개월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비밀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다. 그레타 툰베리는 경미한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 진단을 받았으며, 11살 때부터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낯선 사람과는 대화조차 할 수 없었고, 밥을 먹는 것도 버거워했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름 아닌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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