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마에스트로의 추락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8/25
TAR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 타르보다 높은 지위는 없었다. 모두가 마에스트로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했다. 타르 자신조차 대중 앞에 자신을 시간을 완벽히 장악하는 자라고 선포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타르(케이트 블란쳇)는 정말 그렇게 보였으니까. 바흐, 베토벤 등 이미 죽은 자들만이 전설이 되어 거론될 뿐 클래식이라는 세계에서 현존하는 절대자는 타르였다. 타르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타르는 자신의 주변인들도 자신을 그렇게 대해주길 바라며 길들였다. 단원들이 앉은 자세와 시선이 향하는 곳은 오직 타르였다. 신의 권능으로 휘날리는 손끝과 눈빛, 휘청이는 고개와 흩날리는 머리칼, 계산된 절제와 초월하는 감정까지, 시간과 먼지와 현악과 타악, 관악과 침묵마저 질서 정연하게 뒤섞인 계산된 혼돈 속에서 타르는 모든 지점을 흥분과 전율로 컨트롤하며 자신을 완전히 가두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타르는 유일신이자 존재하지 않는 모든 존재의 총합이었다. 

이런 타르이기에 통제를 벗어나려 하는, 자신의 의지를 거스르려 하는 존재의 등장을 용납하지 않았다. 모든 권력을 활용해 눈앞에서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208
팔로워 162
팔로잉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