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떨어지는 자리 (1) ㅡ 디딘 땅이 사라지면
2023/01/12
최근에, 누군가 물었다. 당신의 인생에서 돌이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말해 뭐해. 엄마지. 엄마를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라고 속으로 혼자 대답하다가 나는, 또다른 질문을 던져내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럼 나 자신도 그때로 가야해? “하는 나를. 이어 “지금 내 존재의 모습 그대로 있고 여기서 엄마만 돌아오면 좋겠어” 하고 있는 나를. 엄마 살아돌아오는 얘기하고 있는데 지금 나 조건 걸고 앉았는 건가. 이런 스스로가 돌연 끔찍하게 감각되어 훅 떨떠름했다.
아. 인정하기 싫지만 그리고 인정하면서도 마음이 찜찜하지만 나는 인정을 해야했다. 내 인생에서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은 엄마인데, 그중 엄마의 죽음은 그 선물의 정점을 이루는 피날레 였다고. 이 사실을 나는, 부인할 수가 없다.
한 존재의 정확한 사이즈는 존재의 헤아림을 통해서가 아니라 부재ㅡ 그 존재가 빠져나간 자리 ㅡ 를 통해서만 측정될 수 있다고. 엄마가 죽고나서 나는, 이제까지 내 고유의 독특한 기질인 줄만 알았던, 이상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현실로부터의 자유로움과 뭘 걱정하거나 무서워할 줄 모르고 대담함과 배짱을 부려대는 태도의 기저에 엄마의 아주 두텁고 짙은 사랑으로 만들어진 켜켜이 드높은 발판이 자리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됐다. 나자신 잘나 혼자 하늘에 살았던 게 아니라 엄마의 단단하고 짙고 두터운 사랑이 나 딛은 땅을 거기까지 올려줘서 나는 맘놓고 제약없이 소망할 수 있었던 거였다고. 엄마 사랑 위에서 나는 그렇게 혼자 잘난체를 하며 너울너울 이것저것 꿈꿀 수가 있었던 거였어. 이건 커다란 돈을 주거나 필요한 걸 해다주거나 말거나 같은 그런 현실적인 지원 얘기라기보다 순전히 사랑으로, 마음이지만 현실의 그 무엇도 다 이겨버리...
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요즘은 오아영님 글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 습니다. 뭐 재미라면 좀 어패가 있고, 동질감을 느낀다할까. 아영님이 사는 하늘 보다는 아래 있는 하늘에 나는 살고 있는거 같지만~
그래요. 어떤 사람은 구체적으로 나에게 무엇을 해 주거나 안 가해줘서가 아니라 그 존재자체 나를 밑바침하고 있었던 걸 떠나고 나서야 느끼게 되는 그런 존재가 있더군요. 엄마가 그런 존재라는거 공감합니다.
끝없는 추락의 심연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혼,인간이 추구하는 진선미 가치 중에서 미가 첫째는 아니나 가장 중요한 가치라 나도 생각합니다. 나영님 파이팅!!
아름다운 글이네요.
"사랑은 타인에게 내 존재를 아예 줘버리는 일이라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내 죽음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굳이 몸으로 삶으로 철저하게 확인하게 됐다."
제 마음에 와닿은 문장입니다. 떨어지는 것에는 날개가 있군요. 용기를 내야 쓸 수 있는 종류의 글인데,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오아영님 글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 습니다. 뭐 재미라면 좀 어패가 있고, 동질감을 느낀다할까. 아영님이 사는 하늘 보다는 아래 있는 하늘에 나는 살고 있는거 같지만~
그래요. 어떤 사람은 구체적으로 나에게 무엇을 해 주거나 안 가해줘서가 아니라 그 존재자체 나를 밑바침하고 있었던 걸 떠나고 나서야 느끼게 되는 그런 존재가 있더군요. 엄마가 그런 존재라는거 공감합니다.
끝없는 추락의 심연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혼,인간이 추구하는 진선미 가치 중에서 미가 첫째는 아니나 가장 중요한 가치라 나도 생각합니다. 나영님 파이팅!!
아름다운 글이네요.
"사랑은 타인에게 내 존재를 아예 줘버리는 일이라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내 죽음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굳이 몸으로 삶으로 철저하게 확인하게 됐다."
제 마음에 와닿은 문장입니다. 떨어지는 것에는 날개가 있군요. 용기를 내야 쓸 수 있는 종류의 글인데,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