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소설] 겨울의 끝에 봄이 온다
2023/04/09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면서 은수는 마음이 조금씩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또 왔구나.'
'또 왔구나.'
매년 그랬듯이 계절성 우울이 은수를 방문한 것이다. 벌써 몇 년째 이 일을 겪고 있는 은수는 더이상 놀라거나 절망하지는 않았다. 물론 귀찮고 힘이 빠지긴 했지만. 그녀는 이럴 때를 대비해 자기만의 매뉴얼을 만들어놓았다. 우선 의사 선생님에게 우울이 왔음을 알리고 항우울제의 용량을 증량했다. 힘이 많이 드는 일은 되도록 뒤로 미루고 하루 이틀쯤은 푹 쉬었다.
그다음부터는 나가기 힘들어도 하루 한 번은 외출이나 산책을 했다. 혼자서 일하는 프리랜서인 은수에게 이런 루틴은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움직이기 힘들어도 작은 일이라도 조금씩 해서 활동성을 늘리는 게 좋은 방법이었다. 하고 나면 자신을 듬뿍 칭찬해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푹 쉬었다. 이렇게 매일매일을 조금씩 재활하며 지내다 보면 안개가 서서히 걷히듯 우울이 나아지곤 했다.
드드득드드득
전화 오는 진동 소리가 들렸다. 별로 반가운 전화는 아니었다. 엄마였다. 엄마와 은수는 그리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전에는 엄마와 전화를 하면 뾰족한 말들에 울면서 전화를 끊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와의 기나긴 전쟁에 마침표를 찍은 일이 있었다.
더 엄마가 자기를 함부로 대하는 걸 참을 수 없었던 은수는 엄마에게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말들을 편지로 길게 길게 써봤다. 그렇게 했더니 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