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표 드라마] 나의 드라마와 내 쪼 그리고 "동백 꽃 필 무렵"

세하
세하 ·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잘하는걸 해라.
2023/07/27
[세하표드라마]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ko/2/21/%EB%8F%99%EB%B0%B1%EA%BD%83_%ED%95%84_%EB%AC%B4%EB%A0%B5_%ED%8F%AC%EC%8A%A4%ED%84%B0.jpg
드라마란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대학 4학년 졸업을 앞둔 방학이었다.
22살, 1992년.
그 시절만 해도 드라마 작가란 생소한 직업군이었다.
 

꼴에 쩌기 언저리 국문과 출신이라고 말도 안 되는 글을 안 써본 것도 아니었지만
글이란 것이 본디 그 작가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믿는
나의 허접한 본성은
소설도 시도 그 외 무엇으로도 나를 드러낼 밑천이 될 글의 종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무한 게으르다. 그게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나보다 더 잘 쓰고 나보다 더 멋진 작가들을 향해 '그지깡깽이 같은 것들, 저것도 글이라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 를 입에 달고 살았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사죄한다.
글이란 걸 잘 쓰고는 싶었지만 도대체 잘 쓰는 게 뭔지, 어떤 걸 쓰고 싶은지, 왜 이거여야만이 없이  당췌 그 속을 알 수 없는 무서운 스물 두 살.
졸업은 해야겠고 뭐라도 해야긴 했는데 대학 4년내내 술 처먹고 연애질만 해 댄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즈음 기가 막힌 타이밍에 망한 집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장녀 컴플렉스 질'까지... 사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방향을 알 수 없이 초조만 하던 그때 우연찮게 신문 한 귀퉁이에서 '드라마 작가 지망생 수강모집 요강'을 보게 된다.

이후도 한참 하라는 대학에선 안하던 공부를...
드라마도 시도 소설도 세상 최고의 선생님들께 배웠지만,
웃긴 건 글이란 게 배워서 조작될 짓거리가 아니란 걸 그때는 몰랐다.

글은 뿜뿜이다.
그 뿜뿜이 되는 천재적 것들이 작가가 된다.

물론 뿜뿜 없는 요행의 것들이 작가가 되어서는 오지게 작가입네 순진한 열정을 담보한 처자들 치맛...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세하표 드라마]를 세상에 내놔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저의 시청자가 돼주시겠습니까?
14
팔로워 27
팔로잉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