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 교수·변호사, 여행가이자 인문서 저자
2024/05/13

인문명화산책 2

에곤 실레, '여인, 1917년

명색이 법률가라는 사람이 법률 이야기를 하지 않은 지 오랩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습니다.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 본업과 관련된 글을 하나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법’이야기입니다. 무슨 법이냐고요?  ‘그림 읽는 법’입니다. ...허허! 좀 썰렁했습니까? 

오늘 이야기는 좀 색다르게 하고 싶네요. 법 이야기란 게 대개 재미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여러분이 그림 볼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림독법에 대해 제 제자와 이야기하듯 써보겠습니다. 제 사랑하는 제자 건우를 소개하지요. 건우는 학부생으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친구입니다. 이제부터 건우가 묻고 박교수가 답하겠습니다.


그림감상은 화가와 대화하는 것

건우: 선생님께 먼저 그림감상의 의미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감상은 미술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박교수: 만일 어떤 화가가 누군가가 관람할 것을 전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관람이 없다면, 아직 그 그림은 완성된 게 아니라고 보아야 할 거야. 어떤 작품도 화가가 붓을 놓는 것만으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는 없거든. 관객과  그림이 상호소통할 때 비로소 그림에 생명력이 들어가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네. 그림은 화가가 홀로 만드는 게 아니고 관객과 함께 만드는 것이지.

그림을 보기 전에 이것 하나는 꼭 염두에 두면 좋을 거야. 화가가 어떤 대상을 단순히 똑 같이 그려낸 것이 아니라면, 그의 그림엔 반드시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 거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바로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화가와 공감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감상은 관객이 그림을 사이에 두고 화가와 대화하는 것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메시지를 확인한다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답이 있는 확정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비록 작가가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해도 그림을 보는 관객에겐 독자적인 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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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 오랜 기간 인권변호사로 활약. 우리나라 인권법을 개척한 인권법 연구가.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 등 10여 권의 인문교양서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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