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르네상스인인가? 중세인인가? -'개인의 발견'이 뜻하는 것-

박찬운 · 교수·변호사, 여행가이자 인문서 저자
2024/05/13

인문명화산책 1



알브레히트 뒤러,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1500

우리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아는가?


나는 우리사회를 볼 때마다 '인간 존엄성'이란 그저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나라의 헌법은 최고법으로 한 국가 공동체의 최고의 약속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마찬가지다. 그 헌법엔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면서 그 첫 조항(제10조)으로 이런 조문을 두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조항은 모든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의 맏형 노릇을 할뿐만 아니라 헌법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로 사용되는 규정이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 국가는 그것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얼마나 간명한 규정이며 아름다운 약속인가. 우리는 인간다운 존엄한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나라가 존재하는 알파요, 오메가가 아닌가.


그런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누리면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감히 그렇다고 말할 자가 누군가? 우리의 경험으론 저 헌법상의 규정은 그저 종이 위의 권리에 불과하다. 우리사회는 아직 멀었다. 이 사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함과 그 가치를 도통 모른다.


대한민국은 물신과 권신이 지배하는 사회다. 돈과 권력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신분제 사회에서도 보기 힘든 온갖 갑질행위가 대명천지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300여 명 가까운 목숨이 중인환시리 수장되었음에도 우리는 그 진실조차 알 수 없다. 고위 공직자가 서슴없이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말을 하는 사회다.


왜 그럴까? 왜 우리사회는 민주주의의 세례를 반세기 이상 받고 있음에도 본질적 변화는 요원하기만한가. 세계에서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어찌하여 사람들의 생각은 그리도 찌질한가. 우리에게 도대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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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 오랜 기간 인권변호사로 활약. 우리나라 인권법을 개척한 인권법 연구가.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 등 10여 권의 인문교양서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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