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또) 망한 썰: 깨달음의 함정

Guybrush
Guybrush 인증된 계정 · 웹소설 씁니다.
2023/07/01
(출처: unsplash)
안녕하세요. 5년 차 프로 웹소설 작가이자 망하기 전문 Guybrush입니다. 저는 이미 라면을 먹다가 왜 쓰던 웹소설을 망쳤는지 깨달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좋은 글을 쓰는 거의 유일한 방법). 그렇게 깨달음을 얻은 이후, 저는 2023 문피아 웹소설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프로가 된 이후임에도 앞서 두 번이나 망했기에 이번 공모전은 무조건 잘해야만 했습니다. 경제적 상황도 어렵고, 독자분들에게도 두 번이나 실망을 안겨드렸으니까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또 망했습니다. 작년 8월에 완결작을 낸 이후 거의 1년이 흘러가고 있는데 벌써 세 번이나 망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고비였고, 앞서 큰 깨달음도 얻었는데 왜 또 망했을까? 망하고 분석하기 전문가가 되어가는 저는 이번에는 그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기도 이번 공모전에서 망한 이유는 바로 제가 얻은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깨달음 하나만 바라보고, 다른 요소들을 망각해 버린 탓이죠.

제가 라면을 먹으면서 깨달았던 바를 간단하게 얘기하면, 저는 그때 쓰던 웹소설의 소설 속 세계가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웹소설 작가로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지만 대박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기에 이번에는 정말 대박작을 써보자는 마음에 제 딴에는 최대한 가볍게, 웹소설 형식과 트렌드에 최대한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 유행하는 껍데기는 가져왔지만 속은 저만의 이야기를 채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저 스스로 쓰면서 그 세계가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큰 깨달음을 얻은 저는 이 깨달음을 오해하고 맙니다.

“아! 궁금하지도 않은 소설을 쓰느라 망했으니까 다음 번에는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끼는 세계관을 무대로 소설을 써야겠구나!”

저는 곧바로 다음에 무얼 써야 할지 정했습니다. ‘사이버펑크’ 장르를 쓰기로 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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