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0
이전 올린 글에서, 저의 세 아이 모두 모두 학폭 피해자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의 제목은 모순일 수도 있습니다.
윗 글에서 단호하게 말했었지요. 학폭은 맞닥뜨리는 겁니다. 예방한다고 안 만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정순신 아들 같은 경우를 마주한다면, 아무리 예방한다 해도, 대처한다 해도(피해자 측은 할 만큼 했습니다) 수월하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큰 피해'를 예방하는 법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세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름 강한 성격의 아이 셋이 모두 학폭 '가해자'는 되지 않았던 제 가정교육의 결과(막내도 십대이니 이렇게 자신할 수는 있습니다)를 반추해볼 때, 저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분들에게 가정교육의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분들이 겪지 않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 작은 소망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건대, 뿌리는 못 뽑습니다.
어차피 이전 글에서도,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학교 폭력을 뿌리 뽑는 일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살인사건 예방할 수 있나요? 절도 예방할 수 있나요?
교통사고는 이 사회에서 뿌리뽑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거 불가능하잖아요.
더 레이스에 참가하면서 주제를 비꼬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할 말은 합니다. '뿌리 뽑는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학교 폭력은 사고와도 같습니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이걸 모두 인정해야 해결도 가능합니다.
사회에 많은 것을 바랄 수도 없습니다.
물론 사회는 바람직하게 바뀌어야 하고, 반드시 그럴 겁니다. 저는 역사가 흐르면 반드시 사회는 진보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정순신과 그의 아들이 피해자와 사회에 잘못한 일이 늦게라도 이렇게 들춰져서 무척 다행입니다. 그들이 속으로 억울하든 말든(본인들은 분명히 그럴 듯) 지금이라도 비판받고 대가를 치르는 건 무척 다행인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수 년의 세월이 흘렀지요. 그 사이 피해자는 고통받았고요.
막상 '내 일'이 되었을 때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사회를 고민할 여력이 없습니다. 사회도 개인적인 일에 일일이 빠르게 도움을 줄 여력은 없습니다.
당장 내 코가 석 자인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직접적인 가/피해자가 아닌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사회와 정치의 역할을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당사자로서는 일단 미시적인 일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입바른 소리나 염불 욀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운전 수칙을 공부하고 지키는 것처럼, 학교 폭력 역시 똑같은 맥락으로 예방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겪어보니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 글은 직접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똑같은 부모로서 드리는 제언이라 생각해 주세요.
학교나 사회에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흔히들 이런 사회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의 책임을 많이 떠올립니다. 사실 저도 그러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담임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교장, 교감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글 주제와 멀어져서 이에 대한 디테일은 생략합니다만)
그러나 일단 내 아이가 만난 선생님은 이미 '상수'입니다. 우리는 그분들을 바꿀 수 없고, 고칠 수도 없습니다.
학교 책임으로 떠넘기고 싶겠지만 그건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닙니다.
사회적 제도에도 화살을 돌리고 싶겠죠. 그러나 위에 언급한 대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단 나에게 닥친(닥칠) 일이 우리에겐 우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를 바꿀 시간이 없습니다. 어차피 나 혼자 용을 쓴다고 당장 바뀔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사회에 전혀 기대할 것이 없다는 염세주의와는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평범한 학부모'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말씀드립니다.
일단 학교 폭력(법적으로 미성년자들 사이의 폭력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용어)의 근본적 원인부터 짚어보지요.
일이 일어나기 전이나 후나, 화살을 어디로 돌려야 정확한 과녁인지 알려드립니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가해 아동 보호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피해자라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며, 내 아이가 가해자더라도 마찬가지로 인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따돌림과 괴롭힘을 주도하는 걸 무척 많이 보았습니다. 제 아이들 경우만이 아니라 제가 학원에서 그룹 수업을 했던 20대 시절부터 빈번하게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공부 잘한다고 무조건 모범생으로 보지 않습니다.
공부 시키는 건 가정교육의 바운더리가 아닙니다. 그건 그냥 공교육에만 맡겨도 큰일나지는 않습니다.
가정교육의 근본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마음가짐과 행동의 장착'에 있습니다.
어렵게 꼬아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부터 가정교육 제대로 하는 것이 근본 예방법입니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이나 행동이, 주변 사람이나 특정인에게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 손해를 불러 일으키는지 적극적으로 판단하자'는 교육을 아이 24개월부터 다소 엄격하게 하면, 타고난 기질이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담에야 충분히 마음과 몸에 장착하게 됩니다.
(타고난 기질이 평균 이상으로 악하고 강한 경우는 의료 전문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테니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전 평범한 엄마이지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정상적인 가정교육으로 개선이 안 되는 미성년자의 경우 하루 빨리 전문가를 찾아야 마땅합니다.)
여기서 '엄격하다'는 기준은 어린 애한테 신경질적으로 주입할 필요 없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호하게 브레이크를 거는 겁니다.
어차피 아이들은 자라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사실 어른도 그렇습니다)
그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때그때 잡는다는 정신으로 짧고 단호하게 응수하는 겁니다. 신경질적으로 하지 않고 '평소에는 너그럽지만 잘못에서만큼은 엄격한 보호자' 모드가 아이들에게 익숙해지도록 '말로 신속하게 반드시 언급'하세요.
"엄마는 네가 그런 행동을 하면 가만 있을 수 없어. 그러지 말자."
이런 정도의 말은 24개월부터 꾸준히 해야 합니다. 억양은 짜증낼 필요 없이 단호하고 다소 차갑게.
무조건 우쭈쭈, 어리니까 봐준다!는 마인드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상상 이상으로 도처에 많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방관에 익숙해지면,
내 아이가 학교 폭력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올바른 가정교육을 일관적으로 행한다면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더라도, 당사자나 부모 모두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고와도 같은 학교 폭력을 마주했다 하더라도, 당황하거나 내적갈등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내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고 지켜봤던 부모라면,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되든 피해자가 되든, 의연하게 대처할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세요.
사실 저 같은 비전문가가 굳이 이런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각자의 가정교육을 잘 시행하는 분들의 비중이 전체 한국 부모 중 70% 이상은 된다고 믿습니다.
10% 정도는 가정교육 거의 하지 않았어도, 우쭈쭈만 했는데도 아이가 알아서 잘 크는, 아주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하고요. (퍼센티지는 그냥 저의 뇌피셜인 건 인정합니다. 그저 초중고 아이 셋을 키운 엄마로서의 감으로 언급합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건 우쭈쭈'해서' 아이가 잘 커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착각에 빠진 분들이 자기처럼 하라고 육아서를 많이 쓰더군요....그런 육아서엔 속지 맙시다.)
10% 정도는 자라는 과정에서 사건사고를 어떻게든 만나서, 그래도 어떻게든 성인 되기 전에 바로잡을 겁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니까 당연한 일이겠죠.
그러나 나머지 10% 정도는, 미취학 시절에도 우쭈쭈, 학교 들어가도 우쭈쭈, 십대 되어서 사고를 쳐도 내 아이가 그럴 리는 없다! 정신으로 자녀를 망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 '우쭈쭈'에 집중해 봅니다.
우쭈쭈 정신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대부분 형편이 그럭저럭 괜찮을 겁니다.
부모의 사회적인 입지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우쭈쭈할 여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아이도 '공부를 제법 잘하는 편'이어서(특히 중학생까지는 내 아이가 되게 공부 잘하는 줄 착각하는 부모님들이 너무 많....은데, 이건 또 다른 시점의 얘기니까 여기서는 줄이겠습니다) 세속적인 관점(성적)에서 우쭈쭈 받을 조건은 충분히 챙기는 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우쭈쭈가 십대 시절까지 지속될 경우
부모들도 본인의 자녀가 말썽을 부린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십여 년간 세뇌가 되어서
결국에는 선량한 사람들(동급생)에게 평생 각인될 정도의 못된 짓을 하는 괴물이 만들어집니다.
우쭈쭈를 15년 이상 지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가 괴물인 걸 인정할까요? 그럴 리 없죠.
여기서 잠깐, 우쭈쭈는 하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아이의 훈육에 손을 놓아서 망가지는 케이스도 없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등 3학년 까지는 부모가 노력해도 아이가 제대로 받아주지 못할 수 있다고도 이해하는데요. (아이도 어리고 부모도 미숙한 안타까운 콜라보)
4학년부터는 핑계입니다. 특히 중학생은 부모가 그렇게 만든 거 99.99%고요.
고등학교부터는 아이들이 정말 부모와는 격리된 그들만의 사회를 형성하기 때문에 부모 책임이 조금은 덜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주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고 미성년자 시절까지는 부모 책임 하에 제대로 컨트롤한다면, 고등학생 되어서 못된 일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제 첫째가 고2가 아니었으면 이런 말 함부로 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젠 자신있게 합니다. 바람직한 가정교육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것, 이제는 확실히 알고요. 태만으로 소홀할 순 있어도 못할 일은 아닙니다. 자식 키우는 거 물론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학폭위 가해자로 방관하며 키울 거냐고요. 핑계도 유분수죠.)
안타깝게도, 가정교육 제대로 못 시키는 부모는 현존하고, 씨를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자녀가 내 자녀 앞에 들이닥칠 수 있어요.
내 자녀에게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면 좋은 점은
내 자녀가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폭력인지 아닌지 그나마 빨리 인식하고 부모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며칠 전 올린 글(위와 동일한 링크)에서도 수차례 언급했듯이
폭력인지 아닌지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아이가 손, 발, 도구를 사용한 폭력을 먼저 행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그렇게 했다.
- 아이가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만한 언어 사용을 먼저 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그렇게 했다.
- 다수가 한 명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에서 아이가 그 다수의 포지션에 서지 않았고, 그 '한 명'이 내 아이다.
- 피해입은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지속 기간이 한 달 이상이다.
위 사안 중 하나만 있어도 폭력이고
보통은 몇 가지가 겹칠 겁니다. 다 해당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 기준에 맞춰 아이의 학교생활, 혹은 학원 생활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내 자녀도 혹시나 피해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가해자이기도 했는지, 검토가 가능합니다.
(쌍방 폭력에 대해서도 물론 할 얘기가 있는데요. 그건 이 글의 주제와는 다르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로 피해자라면, 그 다음 스탭을 망설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죠.
목격자나 증거는 꼭 갖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도 증거를 손에 넣기 어려운 시대가 아닙니다. 이건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동영상이든 소셜 미디어 캡처든, 상대방이 흘리는 것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증거를 바탕으로 담임선생님에게 먼저 연락하고, 선생님을 통해 상대 부모에게도 연락처를 오픈하세요.
피해 정도가 경미하다 하더라도, 꼭 그렇게 하세요.
일이 커진 다음이면 서로 너무 늦습니다. 일단 내 아이가 큰 피해를 본 이후일 텐데, 그거 좋지 않잖아요?
학교 폭력을 뿌리 뽑을 방법 같은 건 애초에 불가능하지만, 일이 커지기 전에 중단시키는 건 어른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내 아이에게 교육을 잘 시킨 부모, 대화가 많은 부모라면, 일이 커지기 전에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일이 커지는 학교폭력은 거의 없습니다. 가정교육 못 받은 아이들도 학기 초에 간을 보고 피해자를 물색합니다. 누울자리 보고 다리 뻗는 건 진리입니다.
(간도 보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행하는 건 그야말로 병적인 수준이므로 이 글에선 논외로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일이 커지기 전에 캐치했다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개입을 시작하세요.
까다로운 부모라는 티 내도 됩니다. (일 커지기 전에 막아주는 고마운 부모인 걸 학교 선생님들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이미 학폭위에 대처할 때 바람직한 프로토콜을 제안했습니다.
일단 상대방 보호자와 유선 접촉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연락하면서, 담임선생님이나 상대 부모가 어떻게 나오나 일단은 지켜볼 수 있습니다.
'아, 이 담임선생님은 정말 둔감하고 방관적이시구나.'
'우리 담임선생님은 왠지 학급 내에서 잘 해결해주실 수 있을 것 같구나!'
'이 엄마 통화해보니 쎄한데?'
'이 엄마는 정말 괜찮은 분이구나. 아이를 잘 잡아주실 것 같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겠죠.
이런 연락을 한번 해 놓으면, 어쨌든 일차적으로 '경고'는 준 겁니다.
제가 과거에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부분은
'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깐깐하게 구는 것이 서로 편한 일은 아니니, 관용을 베풀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처음엔 그래도 좋게 얘기 꺼내는 게 낫겠지, 생각했던 걸 무척 후회합니다.
학교 폭력인 것이 명확하면 그냥 대놓고 까칠하게 상대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내가 까칠하게 보인다고 손해날 것 없습니다.
잘못은 가해자가 명확하게 한 거니까요.
만약에 지역 사회에서 '우리 애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쪽 부모가 까칠하다'라고 악의적으로 소문내는 가해자라면, 오히려 쉬운 상대입니다.
이때 만나는 건 굳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얼굴 보면 어려운 얘기 하기가 껄끄럽고요.
만나서 기분좋을 만남도 아닌데, 뭣하러 얼굴 보나요. 만약 상대방이 만나자고 해도 절대 넘어가지 마세요.
만나면 더 기분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차 경고인데 그야말로 만날 필요 없습니다.
담임이나 가해자 측에게 까칠하고 깐깐하게 굴었을 때, 내 아이가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두렵다면 (학교폭력이 오히려 심해질까 두렵다면)
그런 두려움이 생기는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인 겁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교장, 교감, 혹은 생활안전부로 직행하세요.
케이스마다 다를 것이기에 정답은 없지만, 제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괜히 일 크게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 옳지 않다는 겁니다.
저도 그런 두려움....까지는 아니지만 조심스러운 마음에 처음에 좋게좋게 했었는데요.
다 소용 없더라는 거죠.
솔직히요. 이 글 정독하는 분들, 사회적 약자층 아닐 겁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정말 그렇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위축되실 필요 없다는 말씀 드립니다.
학교 폭력을 진짜로 예방하고 싶다면, 싹이 보일 때 제초제 뿌리고 낫질 하세요.
경고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수위나 횟수가 늘어난다면, 곧바로 정식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세요.
한 번 관용(학폭위 안 갔잖아요)을 보여줬는데도 날뛰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제도의 헛점, 모순, 오류, 물론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봐서 압니다.
하지만 맨 처음에 말씀드렸죠. 당사자는 제도의 부족함을 툴툴대며 염불 욀 여유가 없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믿을만한 길은 정식 학폭위입니다.
민사고 정순신 아들 사태로 학폭위 진행의 부족한 점에 대해 말이 많지만, 결국 정식 학폭위를 갔기 때문에 이렇게 들춰진 겁니다. 안 그런가요?
연예인들도 몇호를 받았네 어쩌네, 이런 걸로 데뷔도 취소되잖아요. 공식 기록은 그만큼 힘이 있습니다.
만약에 정순신 같은 집안을 만나면 어떡하나, 더 걱정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요. 그들은 가진 게 많아서 잃을 게 더 많습니다.
이제 정순신이나 여러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본보기가 되었으니 예전처럼 나대지만은 못 할 걸요?
(만약 그래도 나댄다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 주세요. momentor@naver.com 전 목소리가 작지 않은 사람이고, 학폭 관련 문제에 있어서 입을 다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제가 대신 공론화 해드릴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제삼자가 공론화할 방법은 차고 넘칩니다.)
기록을 남기는데 겁내고 주저하지 맙시다.
비록 저희는 피해자로 신고했다가 상대방이 맞학폭위 거는 바람에 1호 처분을 받았지만
제 아이나 저나 하늘에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적반하장 맞학폭위 경험담에 대해서는 또다른 글을 준비 중입니다)
오히려 학폭위의 모순에 대해 제대로 왈가왈부할 자격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희는 학폭위 신고를 후회하지 않아요.
신고하지 않았으면 괴롭힘은 더 지속될 수 있었고, 반편성이 다시 같이 될 가능성 때문에 불안했을 텐데
여러 모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입었던 마음의 상처도 학폭위 결정 이후 분명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요.
학교폭력 뿌리 뽑자는 주제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어서 글은 줄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학폭위에 대한 약간의 프로세스는 이전 글에서도 언급해놓았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긴 글을 요약하자면
학교폭력을 뿌리뽑는 것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겠지만
'피해를 적게 입는 방향'으로 부모가 판을 이끌어 주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 근본은, 부모 개개인이 노력하여 내 아이를 가해자로 키우지 않는데 있습니다.
내 스스로 노력하는 부모라면, 폭력에 눈감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손, 발, 도구를 사용한 폭력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
-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만한 언어 사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 다수가 한 명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에서 다수의 포지션에 절대 서지 않아야 한다.
- 상대방이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언행은, 아무리 폭력같지 않더라도(내 입장에서 경미한 것 같더라도) 얼른 사과하고 중단한다.
이 진리를 24개월부터 꾸준히 교육하세요.
상대방에게도 강조하세요. 나는 우리 애를 이렇게 교육하고 있으니, 당신도 조심하길 바란다고요.
(아주 상당히 재수없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당하면 말이죠.)
저는 타인의 가정교육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잘못된 가정교육이 우리 가족에게 해를 끼칠 경우에 관용을 베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특별히 엄격하고 과하게 교육한다 생각지 않습니다.
현재 십대인 아이 셋은 모두 저와 농담을 나누고 본인의 이야기를 편하게 많이 합니다.
폭력은 옳지 않다는 가정교육. 평범한 엄마인 제가 충분히 했던 일인데, 다른 사람들이 나태해서 손 놓은 것을 존중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린 분들은 이런 교육이 너무 당연한 거 같겠지만, 의외로 3~5살 무렵부터 이런 행동에 둔감한 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하고는 아무리 부모끼리 가까운 사이더라도(동창이더라도) 거리를 두세요.
그래야 내 아이가 폭력에 둔감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클수록 부모들이 친해질 기회는 줄어드니, 아이에게 친구관계가 어떤지 꾸준히 확인하시고,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라면 청산하도록 어떻게든 도와주세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글에서 정답을 제시할 순 없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는, 아이들이 어릴 때 내 아이가 피해자 될 걱정보다는,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잘 키우는데 주력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셋 다 피해자가 되더라고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아무렴, 가해자가 되는 것보다는 피해자가 되는 게 낫죠.
가해자를 옹호하는 건 범죄와 다름 없고, 피해자를 위로해야 옳은 행동이라는 걸 모두들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세상이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저도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어쨌든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해서 아이들을 폭력에서 떨어트렸고
아이들은 가해자와 격리되고서는 무척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경험이 하나둘 늘어갈 수록 타인에게 나누어드릴 내공이 이렇게 쌓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혹시라도 개인적인 상황에 관해 댓글 남겨주신다면, 제 선에서 조언할 수 있는 답변을 성의 가득 담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이 글의 제목은 모순일 수도 있습니다.
윗 글에서 단호하게 말했었지요. 학폭은 맞닥뜨리는 겁니다. 예방한다고 안 만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정순신 아들 같은 경우를 마주한다면, 아무리 예방한다 해도, 대처한다 해도(피해자 측은 할 만큼 했습니다) 수월하게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큰 피해'를 예방하는 법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세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름 강한 성격의 아이 셋이 모두 학폭 '가해자'는 되지 않았던 제 가정교육의 결과(막내도 십대이니 이렇게 자신할 수는 있습니다)를 반추해볼 때, 저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분들에게 가정교육의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분들이 겪지 않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 작은 소망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건대, 뿌리는 못 뽑습니다.
어차피 이전 글에서도,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학교 폭력을 뿌리 뽑는 일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살인사건 예방할 수 있나요? 절도 예방할 수 있나요?
교통사고는 이 사회에서 뿌리뽑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거 불가능하잖아요.
더 레이스에 참가하면서 주제를 비꼬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할 말은 합니다. '뿌리 뽑는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학교 폭력은 사고와도 같습니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이걸 모두 인정해야 해결도 가능합니다.
사회에 많은 것을 바랄 수도 없습니다.
물론 사회는 바람직하게 바뀌어야 하고, 반드시 그럴 겁니다. 저는 역사가 흐르면 반드시 사회는 진보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정순신과 그의 아들이 피해자와 사회에 잘못한 일이 늦게라도 이렇게 들춰져서 무척 다행입니다. 그들이 속으로 억울하든 말든(본인들은 분명히 그럴 듯) 지금이라도 비판받고 대가를 치르는 건 무척 다행인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수 년의 세월이 흘렀지요. 그 사이 피해자는 고통받았고요.
막상 '내 일'이 되었을 때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사회를 고민할 여력이 없습니다. 사회도 개인적인 일에 일일이 빠르게 도움을 줄 여력은 없습니다.
당장 내 코가 석 자인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직접적인 가/피해자가 아닌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사회와 정치의 역할을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당사자로서는 일단 미시적인 일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입바른 소리나 염불 욀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운전 수칙을 공부하고 지키는 것처럼, 학교 폭력 역시 똑같은 맥락으로 예방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겪어보니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 글은 직접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똑같은 부모로서 드리는 제언이라 생각해 주세요.
학교나 사회에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흔히들 이런 사회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의 책임을 많이 떠올립니다. 사실 저도 그러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담임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교장, 교감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글 주제와 멀어져서 이에 대한 디테일은 생략합니다만)
그러나 일단 내 아이가 만난 선생님은 이미 '상수'입니다. 우리는 그분들을 바꿀 수 없고, 고칠 수도 없습니다.
학교 책임으로 떠넘기고 싶겠지만 그건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닙니다.
사회적 제도에도 화살을 돌리고 싶겠죠. 그러나 위에 언급한 대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단 나에게 닥친(닥칠) 일이 우리에겐 우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를 바꿀 시간이 없습니다. 어차피 나 혼자 용을 쓴다고 당장 바뀔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사회에 전혀 기대할 것이 없다는 염세주의와는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평범한 학부모'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말씀드립니다.
일단 학교 폭력(법적으로 미성년자들 사이의 폭력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용어)의 근본적 원인부터 짚어보지요.
일이 일어나기 전이나 후나, 화살을 어디로 돌려야 정확한 과녁인지 알려드립니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가해 아동 보호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피해자라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며, 내 아이가 가해자더라도 마찬가지로 인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따돌림과 괴롭힘을 주도하는 걸 무척 많이 보았습니다. 제 아이들 경우만이 아니라 제가 학원에서 그룹 수업을 했던 20대 시절부터 빈번하게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공부 잘한다고 무조건 모범생으로 보지 않습니다.
공부 시키는 건 가정교육의 바운더리가 아닙니다. 그건 그냥 공교육에만 맡겨도 큰일나지는 않습니다.
가정교육의 근본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마음가짐과 행동의 장착'에 있습니다.
어렵게 꼬아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부터 가정교육 제대로 하는 것이 근본 예방법입니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이나 행동이, 주변 사람이나 특정인에게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 손해를 불러 일으키는지 적극적으로 판단하자'는 교육을 아이 24개월부터 다소 엄격하게 하면, 타고난 기질이 싸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담에야 충분히 마음과 몸에 장착하게 됩니다.
(타고난 기질이 평균 이상으로 악하고 강한 경우는 의료 전문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테니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전 평범한 엄마이지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정상적인 가정교육으로 개선이 안 되는 미성년자의 경우 하루 빨리 전문가를 찾아야 마땅합니다.)
여기서 '엄격하다'는 기준은 어린 애한테 신경질적으로 주입할 필요 없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호하게 브레이크를 거는 겁니다.
어차피 아이들은 자라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사실 어른도 그렇습니다)
그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때그때 잡는다는 정신으로 짧고 단호하게 응수하는 겁니다. 신경질적으로 하지 않고 '평소에는 너그럽지만 잘못에서만큼은 엄격한 보호자' 모드가 아이들에게 익숙해지도록 '말로 신속하게 반드시 언급'하세요.
"엄마는 네가 그런 행동을 하면 가만 있을 수 없어. 그러지 말자."
이런 정도의 말은 24개월부터 꾸준히 해야 합니다. 억양은 짜증낼 필요 없이 단호하고 다소 차갑게.
무조건 우쭈쭈, 어리니까 봐준다!는 마인드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상상 이상으로 도처에 많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방관에 익숙해지면,
내 아이가 학교 폭력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올바른 가정교육을 일관적으로 행한다면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더라도, 당사자나 부모 모두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고와도 같은 학교 폭력을 마주했다 하더라도, 당황하거나 내적갈등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내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고 지켜봤던 부모라면,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되든 피해자가 되든, 의연하게 대처할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세요.
사실 저 같은 비전문가가 굳이 이런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각자의 가정교육을 잘 시행하는 분들의 비중이 전체 한국 부모 중 70% 이상은 된다고 믿습니다.
10% 정도는 가정교육 거의 하지 않았어도, 우쭈쭈만 했는데도 아이가 알아서 잘 크는, 아주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하고요. (퍼센티지는 그냥 저의 뇌피셜인 건 인정합니다. 그저 초중고 아이 셋을 키운 엄마로서의 감으로 언급합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건 우쭈쭈'해서' 아이가 잘 커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착각에 빠진 분들이 자기처럼 하라고 육아서를 많이 쓰더군요....그런 육아서엔 속지 맙시다.)
10% 정도는 자라는 과정에서 사건사고를 어떻게든 만나서, 그래도 어떻게든 성인 되기 전에 바로잡을 겁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니까 당연한 일이겠죠.
그러나 나머지 10% 정도는, 미취학 시절에도 우쭈쭈, 학교 들어가도 우쭈쭈, 십대 되어서 사고를 쳐도 내 아이가 그럴 리는 없다! 정신으로 자녀를 망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 '우쭈쭈'에 집중해 봅니다.
우쭈쭈 정신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대부분 형편이 그럭저럭 괜찮을 겁니다.
부모의 사회적인 입지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우쭈쭈할 여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아이도 '공부를 제법 잘하는 편'이어서(특히 중학생까지는 내 아이가 되게 공부 잘하는 줄 착각하는 부모님들이 너무 많....은데, 이건 또 다른 시점의 얘기니까 여기서는 줄이겠습니다) 세속적인 관점(성적)에서 우쭈쭈 받을 조건은 충분히 챙기는 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우쭈쭈가 십대 시절까지 지속될 경우
부모들도 본인의 자녀가 말썽을 부린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도록 십여 년간 세뇌가 되어서
결국에는 선량한 사람들(동급생)에게 평생 각인될 정도의 못된 짓을 하는 괴물이 만들어집니다.
우쭈쭈를 15년 이상 지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가 괴물인 걸 인정할까요? 그럴 리 없죠.
여기서 잠깐, 우쭈쭈는 하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아이의 훈육에 손을 놓아서 망가지는 케이스도 없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등 3학년 까지는 부모가 노력해도 아이가 제대로 받아주지 못할 수 있다고도 이해하는데요. (아이도 어리고 부모도 미숙한 안타까운 콜라보)
4학년부터는 핑계입니다. 특히 중학생은 부모가 그렇게 만든 거 99.99%고요.
고등학교부터는 아이들이 정말 부모와는 격리된 그들만의 사회를 형성하기 때문에 부모 책임이 조금은 덜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주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고 미성년자 시절까지는 부모 책임 하에 제대로 컨트롤한다면, 고등학생 되어서 못된 일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제 첫째가 고2가 아니었으면 이런 말 함부로 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젠 자신있게 합니다. 바람직한 가정교육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것, 이제는 확실히 알고요. 태만으로 소홀할 순 있어도 못할 일은 아닙니다. 자식 키우는 거 물론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학폭위 가해자로 방관하며 키울 거냐고요. 핑계도 유분수죠.)
안타깝게도, 가정교육 제대로 못 시키는 부모는 현존하고, 씨를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자녀가 내 자녀 앞에 들이닥칠 수 있어요.
내 자녀에게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면 좋은 점은
내 자녀가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폭력인지 아닌지 그나마 빨리 인식하고 부모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며칠 전 올린 글(위와 동일한 링크)에서도 수차례 언급했듯이
폭력인지 아닌지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아이가 손, 발, 도구를 사용한 폭력을 먼저 행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그렇게 했다.
- 아이가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만한 언어 사용을 먼저 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그렇게 했다.
- 다수가 한 명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에서 아이가 그 다수의 포지션에 서지 않았고, 그 '한 명'이 내 아이다.
- 피해입은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지속 기간이 한 달 이상이다.
위 사안 중 하나만 있어도 폭력이고
보통은 몇 가지가 겹칠 겁니다. 다 해당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 기준에 맞춰 아이의 학교생활, 혹은 학원 생활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내 자녀도 혹시나 피해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가해자이기도 했는지, 검토가 가능합니다.
(쌍방 폭력에 대해서도 물론 할 얘기가 있는데요. 그건 이 글의 주제와는 다르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로 피해자라면, 그 다음 스탭을 망설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죠.
목격자나 증거는 꼭 갖고 있어야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도 증거를 손에 넣기 어려운 시대가 아닙니다. 이건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동영상이든 소셜 미디어 캡처든, 상대방이 흘리는 것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증거를 바탕으로 담임선생님에게 먼저 연락하고, 선생님을 통해 상대 부모에게도 연락처를 오픈하세요.
피해 정도가 경미하다 하더라도, 꼭 그렇게 하세요.
일이 커진 다음이면 서로 너무 늦습니다. 일단 내 아이가 큰 피해를 본 이후일 텐데, 그거 좋지 않잖아요?
학교 폭력을 뿌리 뽑을 방법 같은 건 애초에 불가능하지만, 일이 커지기 전에 중단시키는 건 어른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내 아이에게 교육을 잘 시킨 부모, 대화가 많은 부모라면, 일이 커지기 전에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일이 커지는 학교폭력은 거의 없습니다. 가정교육 못 받은 아이들도 학기 초에 간을 보고 피해자를 물색합니다. 누울자리 보고 다리 뻗는 건 진리입니다.
(간도 보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행하는 건 그야말로 병적인 수준이므로 이 글에선 논외로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일이 커지기 전에 캐치했다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개입을 시작하세요.
까다로운 부모라는 티 내도 됩니다. (일 커지기 전에 막아주는 고마운 부모인 걸 학교 선생님들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이미 학폭위에 대처할 때 바람직한 프로토콜을 제안했습니다.
일단 상대방 보호자와 유선 접촉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연락하면서, 담임선생님이나 상대 부모가 어떻게 나오나 일단은 지켜볼 수 있습니다.
'아, 이 담임선생님은 정말 둔감하고 방관적이시구나.'
'우리 담임선생님은 왠지 학급 내에서 잘 해결해주실 수 있을 것 같구나!'
'이 엄마 통화해보니 쎄한데?'
'이 엄마는 정말 괜찮은 분이구나. 아이를 잘 잡아주실 것 같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겠죠.
이런 연락을 한번 해 놓으면, 어쨌든 일차적으로 '경고'는 준 겁니다.
제가 과거에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부분은
'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깐깐하게 구는 것이 서로 편한 일은 아니니, 관용을 베풀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처음엔 그래도 좋게 얘기 꺼내는 게 낫겠지, 생각했던 걸 무척 후회합니다.
학교 폭력인 것이 명확하면 그냥 대놓고 까칠하게 상대에게 얘기해야 합니다.
내가 까칠하게 보인다고 손해날 것 없습니다.
잘못은 가해자가 명확하게 한 거니까요.
만약에 지역 사회에서 '우리 애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쪽 부모가 까칠하다'라고 악의적으로 소문내는 가해자라면, 오히려 쉬운 상대입니다.
이때 만나는 건 굳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얼굴 보면 어려운 얘기 하기가 껄끄럽고요.
만나서 기분좋을 만남도 아닌데, 뭣하러 얼굴 보나요. 만약 상대방이 만나자고 해도 절대 넘어가지 마세요.
만나면 더 기분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차 경고인데 그야말로 만날 필요 없습니다.
담임이나 가해자 측에게 까칠하고 깐깐하게 굴었을 때, 내 아이가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두렵다면 (학교폭력이 오히려 심해질까 두렵다면)
그런 두려움이 생기는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인 겁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교장, 교감, 혹은 생활안전부로 직행하세요.
케이스마다 다를 것이기에 정답은 없지만, 제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괜히 일 크게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 옳지 않다는 겁니다.
저도 그런 두려움....까지는 아니지만 조심스러운 마음에 처음에 좋게좋게 했었는데요.
다 소용 없더라는 거죠.
솔직히요. 이 글 정독하는 분들, 사회적 약자층 아닐 겁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정말 그렇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위축되실 필요 없다는 말씀 드립니다.
학교 폭력을 진짜로 예방하고 싶다면, 싹이 보일 때 제초제 뿌리고 낫질 하세요.
경고에도 불구하고 폭력의 수위나 횟수가 늘어난다면, 곧바로 정식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세요.
한 번 관용(학폭위 안 갔잖아요)을 보여줬는데도 날뛰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제도의 헛점, 모순, 오류, 물론 많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봐서 압니다.
하지만 맨 처음에 말씀드렸죠. 당사자는 제도의 부족함을 툴툴대며 염불 욀 여유가 없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믿을만한 길은 정식 학폭위입니다.
민사고 정순신 아들 사태로 학폭위 진행의 부족한 점에 대해 말이 많지만, 결국 정식 학폭위를 갔기 때문에 이렇게 들춰진 겁니다. 안 그런가요?
연예인들도 몇호를 받았네 어쩌네, 이런 걸로 데뷔도 취소되잖아요. 공식 기록은 그만큼 힘이 있습니다.
만약에 정순신 같은 집안을 만나면 어떡하나, 더 걱정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요. 그들은 가진 게 많아서 잃을 게 더 많습니다.
이제 정순신이나 여러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본보기가 되었으니 예전처럼 나대지만은 못 할 걸요?
(만약 그래도 나댄다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 주세요. momentor@naver.com 전 목소리가 작지 않은 사람이고, 학폭 관련 문제에 있어서 입을 다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제가 대신 공론화 해드릴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제삼자가 공론화할 방법은 차고 넘칩니다.)
기록을 남기는데 겁내고 주저하지 맙시다.
비록 저희는 피해자로 신고했다가 상대방이 맞학폭위 거는 바람에 1호 처분을 받았지만
제 아이나 저나 하늘에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적반하장 맞학폭위 경험담에 대해서는 또다른 글을 준비 중입니다)
오히려 학폭위의 모순에 대해 제대로 왈가왈부할 자격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희는 학폭위 신고를 후회하지 않아요.
신고하지 않았으면 괴롭힘은 더 지속될 수 있었고, 반편성이 다시 같이 될 가능성 때문에 불안했을 텐데
여러 모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입었던 마음의 상처도 학폭위 결정 이후 분명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요.
학교폭력 뿌리 뽑자는 주제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어서 글은 줄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학폭위에 대한 약간의 프로세스는 이전 글에서도 언급해놓았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긴 글을 요약하자면
학교폭력을 뿌리뽑는 것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겠지만
'피해를 적게 입는 방향'으로 부모가 판을 이끌어 주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 근본은, 부모 개개인이 노력하여 내 아이를 가해자로 키우지 않는데 있습니다.
내 스스로 노력하는 부모라면, 폭력에 눈감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손, 발, 도구를 사용한 폭력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
-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만한 언어 사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 다수가 한 명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에서 다수의 포지션에 절대 서지 않아야 한다.
- 상대방이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언행은, 아무리 폭력같지 않더라도(내 입장에서 경미한 것 같더라도) 얼른 사과하고 중단한다.
이 진리를 24개월부터 꾸준히 교육하세요.
상대방에게도 강조하세요. 나는 우리 애를 이렇게 교육하고 있으니, 당신도 조심하길 바란다고요.
(아주 상당히 재수없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당하면 말이죠.)
저는 타인의 가정교육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잘못된 가정교육이 우리 가족에게 해를 끼칠 경우에 관용을 베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특별히 엄격하고 과하게 교육한다 생각지 않습니다.
현재 십대인 아이 셋은 모두 저와 농담을 나누고 본인의 이야기를 편하게 많이 합니다.
폭력은 옳지 않다는 가정교육. 평범한 엄마인 제가 충분히 했던 일인데, 다른 사람들이 나태해서 손 놓은 것을 존중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린 분들은 이런 교육이 너무 당연한 거 같겠지만, 의외로 3~5살 무렵부터 이런 행동에 둔감한 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하고는 아무리 부모끼리 가까운 사이더라도(동창이더라도) 거리를 두세요.
그래야 내 아이가 폭력에 둔감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클수록 부모들이 친해질 기회는 줄어드니, 아이에게 친구관계가 어떤지 꾸준히 확인하시고,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라면 청산하도록 어떻게든 도와주세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글에서 정답을 제시할 순 없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는, 아이들이 어릴 때 내 아이가 피해자 될 걱정보다는,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잘 키우는데 주력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셋 다 피해자가 되더라고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아무렴, 가해자가 되는 것보다는 피해자가 되는 게 낫죠.
가해자를 옹호하는 건 범죄와 다름 없고, 피해자를 위로해야 옳은 행동이라는 걸 모두들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세상이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저도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어쨌든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해서 아이들을 폭력에서 떨어트렸고
아이들은 가해자와 격리되고서는 무척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경험이 하나둘 늘어갈 수록 타인에게 나누어드릴 내공이 이렇게 쌓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혹시라도 개인적인 상황에 관해 댓글 남겨주신다면, 제 선에서 조언할 수 있는 답변을 성의 가득 담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
@최성욱 경험담으로 진실하게 올린 글인 것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험담이 묻어나네요. 대단하십니다.
@최성욱 경험담으로 진실하게 올린 글인 것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