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1
  어린 시절, 친구들이 잘만 기어오르는 벽돌담을 기어오르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괴하다 이런 상상을 하고는 했다. 좋아 나는 높이뛰기를 할 거야. 오늘부터 하루에 1센티미터씩 내가 뛰어 넘을 수 있는 높이를 올려 갈 거야. 2미터는 됨직한 저 벽돌담을 기어오르는 대신 나는 뛰어 넘을 거야. 갑자기 2미터를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하루에 1센티미터씩 나의 높이를 올려간다면, 열흘이면 10센티미터이고 백일이면 1미터, 그리고 이백일이면 2미터를 뛰어넘을 수 있겠지.

  “방 안에서 빨래를 개다 서른 살이 되었다 / 빨간색 양말의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서른다섯이 되었다 / 아파트 창문을 밝히던 불빛들이 하나 둘 꺼지고 있었다 / 내 진짜 나이는 숨죽인 열다섯, / 창문이 닫히고 / 비로소 편안한 밤이 내렸다” - <위험한 기류> 중

  나는 문과 의자 사이에 실을 연결하였고 간혹 빼먹고는 하였지만 조금씩 높이를 높여 나갔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의지는 수많은 난관들, 나를 따라하다 실을 끊어먹는 동생들이나 누군가 문을 닫는 바람에 끊어진 실을 비롯해 가중 중요하게는 하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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