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일이 듣고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기를 희망... 박연준, 《듣는 사람》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0
책의 시작에 붙어 있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이고 ‘읽기는 공들여 듣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공들여 듣기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그만 공들여 말하기를 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듣는 사람》은 공들여 말하기를 업으로 삼은 작가 박연준이, 자신이 선택하고 싶었던 공들여 듣기 또한 허투루 하고 있지는 않다고 조금은 자랑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좋은 산문의 조건을 이렇게 꼽는다. 말하듯 자연스러울 것, 관념이나 분위기를 피우지 않고 구체적으로 쓸 것, 작가 고유의 색이 있을 것, 읽고 난 뒤 맛이 개운하고 그윽할 것. 『무서록』은 이 조건을 모두 갖추고도 다른 장점이 많다. 좋은 작가의 글이 그렇듯 소소한 소재로 뜻밖의 깊이를 끌어낸다. 고아한 문체를 뽐내지만 친근하다. 한자어와 고유어가 균형 있게 쓰인, 옛 어투를 읽는 재미가 있다. 인스턴트만 잔뜩 먹다 뚝배기 우렁된장에 쌈밥을 먹을 때처럼 흡족한 기분이 든다.” (pp.21~22)
 원래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책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장정일의 독서 일기 등에서 많은 책을 소개 받았다. 좋아하는 작가가 나름의 이유를 들어 소개하고 있는 책이고, 그것에 수긍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읽기를 따라 가고 싶어진다. 《듣는 사람》에서 첫 번째 책으로 소개가 되고 있는 이태준의 《무서록》도 그렇다. ‘우렁 된장에 쌈밥을 먹을 때’의 기분을 나 또한 느끼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슬프고 독특하다. 뒤라스는 사랑으로 ‘곤두선 슬픔’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 가장 독창적인 작가다. 누구도 뒤라스처럼 쓸 수 없다. 그의 글에는 음악이 흐른다. 음악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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