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는 MBC 정승혜 기자의 보도에 대한 유창선 비평가(이하 존칭생략)의 글을 읽었다. "언론이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라는 문장부터 글 전반에 걸쳐 상당히 감정적이라 느껴지는 글이었다. 논지 자체는 "정치인도 사람인데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것 갖고 이렇게까지 확대해석을 할 일인가?"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약간만 더 나아가자면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평가나 호불호와는 별개의 얘기"라며 정치인이 도서관에 가는 행위 자체를 정치적 메시지로 독해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당위'적인 지적까지 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유창선의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심스럽지만, 연배로 미루어보건대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 등을 모르실 연배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강준만이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언론의 상업성과 그에 대한 정치인의 대응이 만들어낸 현상으로 독해해야 하지 않을까. 비평가의 역할이란 이런 부분을 짚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감정적인 비평글은 "이런 글 썼다고 해서 또 누구 누구를 편들어 준다는 식의 흔해 빠진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서 남기는 얘기입니다"라는 유창선의 의도와 달리 특정 진영의 감정적 해소에 동조하는 결과만 낳는다. 유창선 글의 댓글만 보아도 명확하지 않은가?

혹시 <김대중 죽이기>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간략하게 그 내용에 대해 설명하자면, <김대중 죽이기>는 김대중이 지역주의의 담론에 갇혀 얼마나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는가를 강준만 특유의 문체로 분석해낸 저작이다.

강준만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민주화를 지지하는 이들조차도 왜 김대중을 거부하는 것인지 설명하는 데에 있었다. 소위 김대중 '비토(Veto, 거부권)' 현상으로 불리던 이 사태의 핵심에는 '지역주의'가 있다는 게 강준만의 인식이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호남에 대한 지역차별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았다. 호남소외 현상을 만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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