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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look] 누리호를 쏘아 올린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지난 21일 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을 적용하여 중대형급 발사체를 발사하고 분리하는 등의 기술적 진전을 보였습니다. 발사 참관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누리호의 성과를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던 저는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기술 개발의 성공 여부나 효과는 차치하고, 누리호의 성과는 어느 정부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까? 

누리호가 개발된 데에는 어느 대통령의 공이 가장 클까요? 데이터로 평가해봅시다. 

   
평가 기준은? 정부 예산!
   
누리호 개발에 대한 대통령의 기여분은 '정부 예산'을 기준으로 계량화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등의 모든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우주발사체입니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대형복합시스템 사업으로 높은 비용, 많은 인력, 긴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통 '정부'의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이루어집니다. 물론, 기술 선도 국가에서는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에서는 국제 경쟁력이 약하고 사업성이 부족하여 민간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여타 기술과 비교하면 우주발사체의 민간 투자 비율은 낮고, 민간 기업의 대다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용역형태로만 참여합니다. 또한, 우주발사체 개발은 '자국' 정부가 주도합니다. 우주발사체는 미사일과 비슷한 구조와 원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전략기술입니다. 미국을 비롯하여 발사체 기술을 이미 확보한 국가들은 기술의 이전 및 물자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진행된 우주발사체 사업의 가장 큰 동력은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누리호 개발사업을 이끌어가는 연구원분들도 정부 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공헌도는 예산을 기준으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얼른 누리호에 투입된 예산을 봅시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문제가 하나 남습니다. 누리호에 투입된 예산은 대통령의 공을 온전히 평가하기에 불충분한 척도입니다. 이게 뭔 소린가 싶을 텐데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누리호 예산(X) 발사체 예산 (O)
   
누리호는 국내 발사체 기술 개발의 역사적 산물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최신 기술은 선행 연구에 빚집니다. 기초 연구가 축적된 기술만이 비로소 개발 단계에 들어섭니다. 1990년대 과학로켓 개발은 우주발사체 기술의 기반을 다졌고, 이후 진행된 나로호 사업은 누리호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국내 발사체 기술 개발 과정> 출처: 2020 우주개발백서
누리호 개발은 국내 발사체 기술이 점진한 성과입니다. 따라서, 평가 기준이 발사체 전반에 투입된 정부 예산으로 확장되어야 마땅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누리호 개발 이전에 취임한 대통령까지도 평가 대상에 포함한다는 장점까지 가집니다. 
   
이제 데이터 좀 볼까요? 
   

발사체 예산
<연도별 발사체 예산 추이>
대한민국 정부의 발사체 예산은 1999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6년에 정점을 찍고 급감합니다. 다시 2013년부터 급증한 예산은 2016년 고점을 만들고 감소합니다.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기 쉽도록 발사체에 소요된 연평균 예산을 임기에 따라 나누어 표시해볼까요? 
   
※ 예산은 전년도에 정해집니다. 즉, 대통령이 처음으로 계획한 예산은 취임한 다음 년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취임 다음 연도부터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연도까지 투입된 예산을 기준으로 측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09-13이지만 10-14 예산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대통령별 임기 평균 발사체 예산>
연평균 발사체 예산이 높은 순으로 정렬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로가 가장 큰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절대 금액은 평가의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무려 30년에 달하는 기간이라 화폐가치의 변동을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각 정부의 총지출 규모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과 같은 대외 변수도 존재하고요. 관련된 모든 변수를 통제할 재간은 없어서 간단한 지표를 하나 사용했습니다. 
   

발사체 예산 ÷ 정부 연구개발 예산
   
정부의 R&D 예산에 대비하여 발사체 예산을 평가하면, 화폐가치 문제는 해결됩니다. 대외 변수의 영향도 줄어들고요. 한국의 GDP나 정부의 총지출을 분모로 놓을 수도 있지만, 연구개발 예산에 대비하여 평가하는 것이 더욱 정확합니다.

발사체/R&D 비율은 발사체 예산 투입의 적극성
을 나타냅니다. 발사체 예산은 변함없는 상태에서 총 R&D 예산을 늘렸다면, 발사체 개발에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때 발사체/R&D 비율은 낮습니다. 반면, 발사체 예산은 변함없는 상태에서 총 R&D 예산을 줄였다면, 발사체 개발에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때는 발사체/R&D 비율이 높습니다. 발사체/R&D 비율은 각 대통령이 투입한 발사체 예산에 대하여 상대 비교를 가능하게 합니다. 비교에 용이하기 위해 발사체/R&D 비율의 평균값을 대통령 임기에 따라 나누어 나타내볼까요?
대통령별 임기 평균 발사체/R&D 비율
 
발사체/R&D 비율을 적용하자, 순위가 바뀌는 것이 확인됩니다. 역대 대통령을 절대 금액 순으로 줄 세웠다면, 박근혜, 문재인, 이명박 대통령은 과대평가되고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던 것이죠. 


누리호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결론을 내기 앞서 각 대통령 입장에 서서 억울함을 느낄 만한 부분을 대변해보겠습니다. 사실, 발사체 예산이 급감하는 시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발사체 개발은 대형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연차별 소요예산은 사업 중반에 고점을 찍고 막바지에 달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2007년과 2017년 발사체 예산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각각 나로호, 누리호의 발사 시점이 도래해왔기 때문입니다. 발사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속 사업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업 전환기에 따른 일시적인 감소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따라서, 예산으로 평가 당한 문재인,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습니다. 예산 이외의 법·제도적 기여도까지 고려하면 제일 억울한 건 김영삼 대통령입니다. 정량적 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우주발사체 국내 개발의 중장기 계획을 최초로 세웠습니다. 계획 단계에서는 실제 개발이 진행되는 시기보다 정부 예산이 크게 들어가지 않으니 예산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갖다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많습니다. 하지만, 억울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다른 대통령들보다 발사체에 예산을 소극적으로 투입한 건 팩트니까요. 
   
자, 이제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누리호에 대한 역대 대통령의 기여분을 평가하고자 발사체 예산에 주목했고, 간단한 지표를 통해서 대통령이 투입한 예산을 상대적으로 비교해봤습니다. 이 긴 글이 여러분에게 정부의 우주개발사업을 평가하는 가닥을 잡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미래에 계획된 우리나라 정부의 우주개발사업 모두 성공하길 아주 간절하게 원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길! 
   

참고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 2020 우주개발백서. 
"발사체 예산" 자료 출처: 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연도별 발사체 예산 추이>(1993~2017), 각 연도 우주개발 시행계획(2018~2021)
"정부 연구개발 예산" 자료 출처: ntis 과학기술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