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설경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1/21
이제는 눈 만큼이나 눈 얘기를 하는 것도 지겹다. 어제 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눈이 내렸다. 굵은 눈송이가 아닌 쌀알같이 잔잔한 싸락눈이 마치 보슬비처럼 종일 쉬지 않고 내렸다.
날이 푸근해서 자잘한 눈들은 땅에 닿자마자 바로 녹아 쌓이진 않았다. 그러나 쉼없이 끊임없이 내리자 마침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고 아침이 되어 그쳤을 땐 눈이 내렸던 그 어느날 보다 가장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져 있었다.
가늘게 섬세하게 바람도 없이 조용히 내려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모두 흰색으로 감싸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눈이 왔지만 온 세상이 온통 흰색으로 코팅된 듯한 오늘이 단연 올 겨울 최고의 설경이다.
그 덕분에 또 발이 묶였다. 마치 성당에 가지 못하게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 내가 어쩌다 이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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