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처제삼해 - 돼지와 뱀과 비둘기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4/03/17
중국에서 대만 영화가 돌풍이라는데, 넷플릭스에도 있는 영화라 봤다.
돼지와 뱀과 비둘기 포스터

우리나라 제목은 <돼지와 뱀과 비둘기>이다. 영어 제목을 번역한 것이고, 원제는 <주처제삼해(周處除三害)>이다.

"주처제삼해"란 주처가 세가지 해악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주처가 누군가?

이제부터 주처의 이야기를 하겠지만, 이것은 바로 스포일러가 되는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주처가 누군지 알면서 이 영화를 봤을 테니, 사전 지식으로 여겨도 무방하겠다.

주처(236~297)는 진(晉)나라 때 인물이다. 아버지는 삼국지에도 나오는 오나라 신하 주방(周魴, ? ~ 238)이다.
코에이 삼국지12의 주방

주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망나니로 컸다. 더구나 그는 힘이 남달랐다. 난폭하기 이를 데 없어서 동네 사람들은 그를 골치거리로 여겼다. 그가 살던 의흥(義興)에는 산에 호랑이, 물에 큰 뱀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주처까지 포함해서 "삼횡(三橫)"이라 일컬었다.

만사태평이던 주처가 하루는 마을 장로들에게 물었다.

"지금 시절이 화평하고 풍년이 들었는데 다들 즐기지 못하는 이유가 뭡니까?"
"세 가지 해로운 것이 있어서 그렇다."
"세 가지 해로운 것이 뭔가요?"
"하나는 앞산의 이마가 흰 호랑이, 둘은 물 속에 사는 큰 뱀, 그리고 셋은 바로 너다."

주처는 히히덕거리며 말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 정도면 내가 없애버리겠습니다."

주처는 산으로 들어가 호랑이를 활로 쏘아 죽였다. 물로 들어가 큰 뱀을 추격하여 잠수했다 떠오르다 하면서 마침내 큰 뱀도 죽였다. 그러는 동안 마을에선 주처도 죽은 줄 알고 기뻐했다.

주처는 그 사실을 알고 ...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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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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