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만난 바다소(팩션 제10화 《율리시스》 어휘와 NYT 워들 따개)

노영식 · 석기시대 언어학자
2023/12/10
(1)
뉴욕 타임스(NYT)에서 우리 인구만큼 많은 팬을 거느린 일일 연재 게임에 워들(WORDLE)이 있다. 뉴욕 타임스 게임(Games) 코너에서 '게임 더 없어요?(More Games)'  첫줄 한가운데 나타난다. 워들을 모르는 독자도 게임 이름 WORDLE에서 감을 잡을 단어(WORD) 스무고개다. 게임은 잘하면 1분도 채 안 걸리고 못해도 즉석에서 답을 알 수 있다. 답을 알았다고 스포일러를 하면 비난 댓글이 날아들어 못 산다. 누가 보지 않아도 지키는 신사숙녀 골퍼 매너처럼 48시간 엠바고를 지켜준다.  날마다 바뀌는데 엠바고가 24시간이 아니고 48시간인 까닭은 지구촌 시대에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돌 시간을 추가해서다. 날마다 워들을 하지 않고는 좀이 쑤시고 워들러(WORDLER)라는 워들 중독자(?)가 되어 날마다 새로운 워들이 올라 오기를 기다린다.




뉴욕타임스는 워들러가 날마다 워들을 찾는 것을 활용한다. 뉴욕타임스는 워들 게임 결과를 분석해주고 모범 전략을 보여주는 WORDLEBOT을 뉴욕타임스 유료구독자에게 서비스한다. 뉴욕타임스 구독 물꼬다. 무료 워들 물꼬를 통해서 뉴욕타임스 유료구독자가 늘어날 수 있다. 

나는 퍼지에 빠진 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HLGycMrmLw
 
fuzzy 단어로 워들을 시작했다가 워들이 잘 안 풀려 혼났다. 6회 기회에 몰려 풀었다. 워들 전략을 유튜브에서 밝힌 앤드루 스틸(Andrew Steele)은 절대로 FUZZY를 고르지 말라고 충고했다(12: 00). 앤드루 스틸은 STONE 시작 단어에 이어 AUDIO를 좋아했다. 한국어 자막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t=349s&v=YEoCBnQwdzM

워들 출제자 트레이시 베넷이 인터뷰에 나왔을 때 얼굴에 어떤 그늘이 있었다.  한국어 자막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iyYXTlHd8Dw
2021년 5월에 재즈 음악가이고 열 살 이상 연상인 남편 베넷이 나이 일흔에 세상을 떠났다. 트레이시 나이 쉰여섯이었다.
뉴욕타임스 워들 출제자 트레이시는 워들 한 단어를 고르기 위해 온종일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심을 한다. 독자들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수집을 한다.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 빅데이터를 벗어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출제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출제자에게는 5/6 이내에 맞추겠다는 느긋한 전략으로 나가야 출제자에게 말려들지 않는다.
출제자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다. 시사용어를 택해서 독자의 입맛을 맞춰준다. 종종 괴퍅한 단어(예: 잘 안 쓰는 단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 곡용 변화를 한 단어)를 출제해 원성을 샀다. 이런 일은 흔하지는 않다. 워들 제공 목적이 신문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시사용어를 택하는 것은 출제자가 신문사의 환심을 사는 길이다. 자기 취향으로 잘 안 쓰이는 단어를 내는 날은 출제자가 신문사를 관두고 싶을 때다. 간이 붓지 않고서는 못한다.
커피 무상 제공 카페는 바보가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고객이 무상 제공 커피만 마시고 가지 않았다. 카페 매출을 올려주는 카페 단골이 되었다. 커피 서비스를 하고도 남는 장사가 되었다. 커피만 파는 카페의 커피 무상 제공 전략은 천하 둘도 없는 멍청이 바보다. 

워들 결과를 워들 그룹에 공유한다. 여러 그룹이 있다.

그룹 매니저 하는 일은 올라오는 워들 게임 성적에 참 잘 했어요 칭찬 말고는 별로 없다. 

매니저가 워들을 잘하면 더 재밌기 때문에 워들 출제자와 기 싸움을 하는 내공을 어느 수준은 보여주고 있다. 매니저가 개인 일로 일주일 그룹을 비운 일이 있다. 회원들이 대장(매니저)이 어디 아픈지 걱정을 해주었다. 우리 그룹에는 한국인 교수, 목사, 사업가 외에 홍콩 퇴직 교사, 뉴질랜드 남섬 은퇴 교수로 사는 외국인도 있다. 워들 그룹을 어느 유명 플랫폼에 만들어 매니저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FB) 그룹 카테고리에 두었다. 어느 국제 그룹에 비하지는 못하지만 내국인끼리 오손도손 어울린다. 매니저 역할은 그룹을 만든 산파 외 워들에 관심 있는 지인들을 처음에 부른 일이다.  워들을 주어진 여섯 번 기회 내에 빨리 푸는 경쟁을 하고 있다. 매니저는 워들에 빨리 풀기로 하는 경쟁 종목에 초록과 황금색이 펼치는 워들 풀기로 디자인 만들기라는 새로운 경쟁 종목을 생각하고 있다. 워들을 빨리 맞추기 경쟁에서 워들을 예쁘게 맞추기 위해서는 꽉 채워 무늬를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에는 미적 감각과 단어의 파악이라는 이중 과제가 부과되어 난이도가 올라가는 대신에 워들이 몬드리안 그림 같아 시각적으로 즐거워진다.
내가 풀어 만든 워들이다.
Wordle 903 6/6

🟨⬜⬜⬜⬜
🟩🟨🟩⬜⬜
⬜⬜🟨⬜⬜
⬜🟩⬜⬜⬜
🟩⬜🟩⬜🟨
🟩🟩🟩🟩🟩

NYT 워들 BOT은 NYT 유료구독자에게 워들 분석 외에 워들 따개를 추천해주고 있다. 따개는 'opener' 역어다. 일반 이용자가 흔히 생각하는 따개에  워들 BOT의 추천 단어는 조금 차이가 있다. 경험상으로는 BOT의 따개가 더 위력적이다. 워들을 빨리 풀기에 도움이 되었다.
《율리시스》(제임스 조이스, 1922)에서 워들 따개 용례를 재미와 공부 삼아 찾아보았다.  

(2)
NYT 워들 BOT의 추천 워들 따개 공동 1위는 'SLATE'다.
레이디 그레고리가 《데일리 익스프레스》지에 조이스의 서평이 실리도록 다리를 놨는데 조이스는 그레고리의 [평론집이] 쓸데없는 말이라고 말 많은 할망구로까지 내리깎았다.
'SLATE' 뜻에 '(특히 신문에 실어서) 혹평하다'가 있다. 조이스의 용례가 딱 어울린다.
《율리시스》 9장. (김종건 역, 2007, 426: 9 ~ 10.)
She gets you a job on the paper and then you go and slate her drivel to Jaysus. Couldn't you do the Yeats touch?
《Ulysses》 IX.
 '말 많고 굼뜬 할망구'는 'Jaysus'를 옮겼다. 'jay'(다변에 동작은 느린 할멈)에 'Jesus'가 결합한 조이스 말이다. 

비단 끝동을 단  청회색 연미복.
'SLATE'가 'slate-gray'(청회색) 뜻으로 쓰였다.
《율리시스》 10장. (김종건 역, 2007, 435: 7 ~ 8.)
slate frockcoat with silk facings
《Ulysses》 X.

외상장부 명부를 만들어놓고 외상을 그으면 돈 잃고 손님 잃는 법이다. 술집이 그런 꼴이다. 술꾼은 계산서를 치르는 대신에 외상장부 명부에 달아놓고 나서는 뒷거리로 꺾여서 살그머니 딴 술집에 기어들어 한 잔 한다.
 'SLATE'가 '[외상장부] 명부' 뜻으로 쓰였다.   
《율리시스》 13장. (김종건 역, 2007, 665: 13 ~ 14.)
Pubs do. Fellows run up a bill on the slate and then slinking around the back streets into somewhere else.
《Ulysses》 XIII.

[적포도주] 암적색 비단 옷깃을 단 청회색 연미복.
 'SLATE'가 'slate-gray'(청회색) 뜻으로 쓰였다.
《율리시스》 15장. (김종건 역, 2007, 970: 17 ~ 18.)
a slate frockcoat with claret silk lapels
《Ulysses》 XV.

(둘째 경찰관을 쿡 찌른다. 너지.) 자, 명부에서 당신의 이름을 없애시오.(코니 켈러허가 머리를 주억거렸다.) 켈러허는 투랄룸을 네 번 되풀이하고 둘째 경찰관이 켈러헌의 말하는 내용을 따라잡는지 물어본다. 김종건 역은 '불문에 붙이다'를 보여준다.
 'SLATE'가 '명부' 뜻으로 쓰였다. 
《율리시스》 15장. (김종건 역, 2007, 1017: 3 ~ 5.)
(Nudges the second watch.) Come and wipe your name off the slate. (He lilts, wagging his head.) With my tooraloom tooraloom tooraloom tooraloom. What, eh, do you follow me? 
《Ulysses》 XV.

(3)
NYT 워들 BOT의 추천 워들 따개 공동 1위는 'CRANE'이다.
기중기 'crane'이 있다.
바치바치 베니노베노네 기사장(강력한 증기 기중기 도움으로 자기 자리에 착석하도록 도움 받아야 했던, 외교단 반신불수 단장).
 베니노베노네 이름에 갈릴레이 갈리레오 이름을 생각했다. 
Commendatore 김종건 역은 제독이다.
《율리시스》 15장. (김종건 역, 2007, 567: 19 ~ 21.)
Commendatore Bacibaci Beninobenone (the semiparalysed doyen of the party who had to be assisted to his seat by the aid of a powerful steam crane)
《Ulysses》 XII.
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반니》에서 돈조반니에게 기사장(Commendatore)이 결투를 신청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t=16s&v=Che9RiAFDO8

(4)
NYT 워들 BOT의 추천 워들 따개 공동 1위는 'TRACE'다.
 'TRACE'가 '추적하다' 뜻으로 쓰였다.
언제나 지나가고 있는 것, 삶의 냇물, 그것은 우리가 추적하는 삶의 냇물에서 모든 그들보다 더 소중하다.
김종건 역, 200: 8의 '그들 보 -다 한층 값진 거다'에서 '보 -다'는 편집부에서 편집 과정에서 '보다'로 잡아주지 못했다. 
보 -다 => 보다
《율리시스》 5장. (김종건 역, 2007, 200: 7 ~ 9.)
Always passing, the stream of life, which in the stream of life we trace is dearer than them all.
《Ulysses》 V.
오페라 마리타나 가사에 비슷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wNQbVZa9KE

비슷한 문장이 또 나온다.
물(water)이 늘  냇물에서 흐르고 있다. 결코 똑같은 냇물이 아니다. 그것을 삶의 냇물에서 우리가 추적한다. 
천재 조이스가 쉬운 단어로 문장을 쓴 예다.
《율리시스》 8장. (김종건 역, 2007, 309: 9.)
It's always flowing in a stream, never the same, which in the stream of life we trace.
《Ulysses》 VIII.

《논어》 구절이 생각났다.
공자가 냇가에서 말하길 가는 것이 이와 같다. 밤낮 쉬지 않는다.
子在川上, 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자재천상, 왈: "서자여사부! 불사주야.") 
《논어》 자한 편.
공자와 서른 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제자 안회가 먼저 죽었다. 죽음이 이와 같고 눈물이 밤낮 나는 장면을 오버랩했다.  
천상川上은  y축이 아니라 x축으로 보아 물 위가 아니고 물가가 된다. 공자가 물 위에서 말하는 장면보다 물가에서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물 위의 집, 수상가옥도 있고 물갓집도 있다. 'on the sea'가 '해상에' 뜻도 있고 '해안에'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경우와 같다. 물 위를 걷는 사람과 물가를 걷는 사람, 둘 다 가능하다.


(5)
'on the sea'가 해상인가, 해안인가 어느 쪽으로 보는가에 따라 사망 장소가 달라진다. 'on the sea'가 쉬운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상황을 어느 쪽으로 상황을 볼지는 짚어보아야 한다.     

 

🐮 🐄 🥛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얼룩소 시작하기

만 년 전 구대륙 인류의 신대륙 확산 이후 단절된 언어 비교로 석기 시대의 언어를 발굴한다. 특히 남미 안데스 산중 티티카카 호반의 언어와 아시아 언어를 비교한다. 각 언어 전문가 논저와 DB를 이용해 신뢰성을 높인다.
1.1K
팔로워 252
팔로잉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