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하게 밀고 간 한국형 오컬트 <파묘>, '인생 연기' 갱신한 김고은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4/03/02
※ '스브스 프리미엄'에 기고한 글입니다.
<파묘> 스틸컷
최근 극장가에서는 희한한 영화 하나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형 오컬트를 표방하는 <파묘>다. 관객 수 약 300만 명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최근 주춤했던 한국 영화가 다시 주목받는다는 점에서 <파묘>의 인기는 반갑다.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은 오컬트에 잔뼈가 굵다.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2015), 전작 <사바하>(2019) 모두 같은 장르. 2014년에 만든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도 마찬가지다. 처음 <검은 사제들>이 나왔을 때에는 단편적인 시도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장재현은 연이은 작품으로 증명했다. 작품의 만듦새를 떠나, 좁은 길을 꾸준히 간다는 측면에서 그는 눈길이 가는 감독이다. 

장재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오컬트 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감독이 어느 정도 주목을 받으면 '대중성', '흥행' 따위를 고려한 선택들이 영화에 보이기 시작한다. 투자금이 커지며 어쩔 수 없는 어른의 사정도 생기겠지. 그러면서 영화는 좋게 말해 쉬워지고, 나쁘게 말해 난잡해진다.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로 주목받았지만, 그것을 잃게 되는 딜레마에 처한다. 그런데 장재현은 그런 게 없다. 그의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냥 오컬트다. '이쯤에서 질려하는 관객도 있을 테니 분위기를 환기해 볼까?' 따위의 타협도 없다. 미련해 보인다. 그런데 그 미련함이 흥미롭고 믿음직스럽다. 
<검은 사제들> 스틸컷
장...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172
팔로워 1.9K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