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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5/20
늘 그렇듯이 토요일 새벽까지 깨어있었던 것은 내일이 일요일이라는 안도감 때문이었고 운 좋게 늦잠을 잔다면 일어나는 순간까지 행복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새벽까지 안도감을 느끼며 새벽까지 잠들지 않는 모란은 제 곁에 있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계단을 내려가 창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다시 제 곁으로 오는 일을 반복하였으며 뜬금없이 비둘기가 알을 깨고 나온 건 아닐까 불안하고 설레기도 했다가 결국 새벽이 되어 잠들었다가 5시쯤 눈을 뜨고 수용소의 아침을 맞이하는 포로처럼 투덜거리며 산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요즈음 들어 텅 빈 화면을 마주하고 앉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화면에 마침표 하나를 찍는 일입니다. 화면에 찍힌 마침표 하나는 이제 새로운 분장 하나를 시작할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오늘은 아무것도 쓸 수 없겠구나 하는 슬픈 예고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날엔 처음 찍어 놓은 마침표는 나무 배를 강가에서 밀어내 물 위로 띄우는 일처럼 힘들고 지쳐가게 하곤 합니다.
   
이제는 글을 쓰지 않는 나를 좀처럼 닦달하거나 괴롭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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