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역습

미디어크리
미디어크리 · 미디어는 메시지인가 마사지인가
2022/04/11
언제부터 콘텐츠라는 요상한 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이 글은 콘텐츠에 대한 미디어-사회학적 사고를 시도한다. 콘텐츠의 역습은, 지식의 생산자가 독점했던 권력을 이제는 오디언스(audience)가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지식권력이 유튜브, 뉴스레터, 크리에이터 경제, 콘텐츠 비즈니스 등 변화의 표면에 주목하고 있다면, 오디언스는 이미 보편적 대중을 위해 공장식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에 무관심과 환멸이라는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는 대체 무엇인가? 먹는 것인가? 하나의 기표에 담기에는 너무나 큰 범위를 포괄하는 이 단어와 유사하지만 다른 기준이 되는 개념은 무엇인가? 어떤 사회적, 구조적 배경에서 ‘콘텐츠’가 나왔고, ‘콘텐츠’와 ‘비즈니스’가 연관되는 이 요상한 조합은 또 무엇인가?
유난히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contents’, 콘텐츠다. content라는 영어 단어는 ‘내용물’이라는 뜻이다. 목차(table of contents)에 주로 쓰였던 단어이고, 엄밀하게 말해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단어다. 무엇이 콘텐츠이고, 무엇이 콘텐츠가 아닌가?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의 힘을 빌려보자.

콘텐츠, 명사.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 유ㆍ무선 전기 통신망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문자ㆍ부호ㆍ음성ㆍ음향ㆍ이미지ㆍ영상 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해 처리ㆍ유통하는 각종 정보 또는 그 내용물을 통틀어 이른다.

이 정의에 따르면 말하자면 ‘디지털로 구현된 모든 것’이 콘텐츠다. 사실상 모니터와 핸드폰의 스크린에 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콘텐츠가 아닌가. 그다지 도움이 되는 정의는 아니다.

필자의 생각에 ‘콘텐츠’를 정의하는 요소는 그 ‘구현방식’이 아니라 ‘가공방식’이며, 가공의 핵심은 페르소나, 큐레이션, 프레젠테이션, 피드백, 감성 가치, 그리고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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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파놉티콘은 누군가 기획해 만든 것이죠. 미디어도 같습니다. 기획된 것, 의도된 것, 설계된 것입니다. 따라서 반대로 역설계하면 밑바닥까지 읽어낼 수 있어요. 나를 구성하는 것들을 뒤집고 역설계해서 탈탈 털어서 보면, 반대로 내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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