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마음의 준비
2024/03/24
다니자키 준이치로, 「슌킨 이야기」
스승 슌킨을 위해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사사키에 관해 나에게 드는 흥미로운 생각은 이렇다. 사람은 마음의 준비가 된 한 그 어떤 고통이라 할지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렇다고 한다면, 반대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는 훨씬 미미한, 아무것도 아닌 고통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사사키는 눈을 찌를 수도 있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는 튀는 기름이 아파 오징어 튀김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 아닌가? 이런 상상을 할 때 나는 어떤 숭고한 고통보다 일상적 고통이 갖는 의외로 갖는 우위, 그리고 그 앞에 굴복하는 인간을 표상하고 있고, 그렇게 하고 싶은 나 자신의 심술을 느낀다.
나는 슌킨을 어디까지나 자신이 기억하던 차갑고 쌀쌀하며 오만하고 아름다운, 빈틈없고 위대한 스승으로만 여기고 그렇게 만들고자 했던 사사키의 비길 데 없는 애정 때문에야말로, 슌킨이 다소 단명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인상을 받은 까닭은, 사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