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04 - 소변기를 뒤집으면 조각 작품

badacopy
badacopy · 작가, 강사
2024/02/18
소변기를 뒤집으면 조각 작품

도대체 이 작품에 대한 창조성과 천재적인 감각의 정체는 무엇일까? 칸트가 ‘천재의 작업’은 신비로운 영감의 작용이라고 했지만 이 작품을 만든 과정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과정을 이해하고 영감을 받은 작가들도 굉장히 많다. 일상용품을 미술로 변신시킨 과정을 살펴보자.
마르셀 뒤샹, <샘>, 1917년. 당대 영향력이 컸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사진으로 전시되었음을 증언하면서 예술품으로 탄생되었다

세계제1차대전 막바지, 1917년 4월 2일 미국의 토머스 우드로 윌슨이 독일에 선전포고할 것을 의회에 촉구하던 때였다. 뒤샹은 뉴욕 주택가의 복층 아파트에서 나와 배관 전문업체인 ‘모트 아이언 워크스(Mott Iron Works)’를 찾아가 소변기를 하나 골랐다. 

그러고는 작업실로 가져와 넙적한 면을 아래로 뒤집어 놓았다. 소변기 테두리 왼쪽 아래에 검은색 물감으로 이름(가명)과 연도를 적었다. ‘R. Mutt 1917.’ 작품의 제목은 <샘Fountain>으로 정했다. 제목 역시 ‘뒤집힌 생각’을 잘 표현해주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작품은 완성되었다. 
   이제 전시만 하면 이것은 더 이상 소변기가 아닌 미술 작품인 <샘>이 된다. 이 세상과 맺을 실용적인 관계를 완전히 끊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관객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일상적인 관점과 배경 지식을 전환함으로써 굉장히 ‘낯설게’ 만들었으니. 

뒤샹은 이 새로운 미술 작품을 ‘독립미술가협회(Society of Independent Artists)’가 주최하는 전시회에 출품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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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저작물의 저자 :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2022),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2014년, 2022년 개정판), ≪위반하는 글쓰기≫(2020),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2018, 2022년 드라마(한석규/김서형 주연), 그 외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7, 박웅현과 공저)가 있고, 이어령과 공저한 ≪유쾌한 창조≫(2010), 문국진과 공저한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2011), 한무영과 공저인 ≪빗물과 당신≫(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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