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술에 대한 잡담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19
바보들의 행진, 화면 캡쳐

​1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 바보들의 행진, 1975 >> 에서 주인공 병태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잔술(낱잔으로 파는 술)로 마신다. 소주 한 병 값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 잔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잔술을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는 나는 70년대 서비스'에 압도당했다. 그런데 잔술을 받는 소주잔의 용량이 특별했다. 얼핏 보면 맥주 잔인데 자세히 보면 맥주 잔보다는 크기가 1/2 작은 것 같고 일반 소주잔보다는 2배 큰 것 같다. 크아, 절묘하다. 영화 << 바보들의 행진 >> 은  시나리오의 정석을 놓고 보자면 형편없는 시나리오'다. 술 마시고, 미팅 하고, 술 마시고, 당구 치고, 술 마시고,  연애하는 내용이 전부여서 플롯에서 심각한 오류가 보인다. 하지만 " 서사 없음 " 과 " 담론 없음 " 이 그 당시 70년대 검열의 제국과 맞물리면서 빛을 발한다. 무력하다는 것, 국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완벽하게 무력하다는 것.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술에 취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 영화의 시작은 지나치게 얄개스러워서 명량 학원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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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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