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좀 심어 볼까? (2)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5/03
어제 오후 5시30분. 드디어 야채 모종심기에 돌입했다.
텃밭에 나가니 벌써 남편이 꽈리고추와 청양고추를 심어놓았다.  다음 순서로 두 사람이 다정하게(?) 파를 심기 시작했다.
호미로 검정비닐에 구멍을 내고 흙을 파고 모종판에서 파모종을 빼내 심고 흙을 덮었다. 
한 고랑을 다 심자 갑자기 남편이 고추며 심은 파에 호스로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한테 소리쳤다. " 뭐야! 제대로 좀 심어!  물 주니까 파가 다 뽑혀 버리잖아. 더 깊이 심어야지"
정말 파 모종들이 하얀 뿌리를 내밀며 뒤집혀 있었다.  할 말이 없었지만 매일 잔소리를 하다가 잔소리 듣는 입장이 되니 몹시 기분이 언짷았다.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다.
" 보소, 작년에도 파는 내가 다 심었소. 알지?"  "몰라"
"작년에 내가 심은 파 하나도 안 죽었다고. 작년에도 다 이렇게 심었거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때부터는 좀 더 깊이, 흙도 꼭꼭 눌러주며 심었다.
파는, 한 판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반 판만 샀다. 반 판은 얼마 안돼 보여 한 100포기 될려나 싶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크나 큰 착각이었다. 파의 모종판은 가로세로 1cm 정도로 아주 촘촘하고 파 모종도 얇고 연약해 보기와는 다르게 갯수가 엄청 많았다. 
아무리 심고 또 심어도 좀처럼 양이 줄어들지가 않았다. 
함께 심던 남편은 지겨웠는지,  나는  토마토 심을 땅 좀 고를께. 하며 가서 괭이로 땅 손질을 시작한다. 
그때부터 나는 파 지옥에 빠졌다.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파를 심고 또 심으니 목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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