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라는 문화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3/01/18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분석적 토론 주제 앞에서 휘청거렸다. 그게 말이 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야기를 할 생각이 있었고 말이 되지 않는다면 깔끔하게 무시하거나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얼토당토 않은 많은 논제 사이에 토론하기 부적합한, 논의의 제단에 올리지 않기로 암묵적 약속을 한 듯 보이던 게 바로 ‘종교’다. 종교의 자유. 인간의 자유 의지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 그 앞에 서 있다보면 어떤 종교가 아무리 사람들 사이를 활보하더라도 허튼 소리라 치부할지언정 상대의 종교를 과격하게 폄하하지는 않는 보통 인류의 모습을 보아왔다. 현 시대에는 종교 사이의 마찰보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마찰이 더욱 과격하게 벌어지는 편이다. 어째서 종교는 혐오를 사게 되었을까. 어째서 종교는 멸시받을 빌미를 악착같이 제공하는 것인가.

과격한 행동이 신에 대한 믿음의 증명이라면 지난 날 종교가 자행했던, 사람들의 믿음을 배반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용서받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어떤 종교나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신앙적 고찰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불안해하는 것들에 대한 격려와 슬픔에 대한 위로와 또 어떤 행복에 대한 축복을 내리는 것이 명확한 종교의 역할이었다. 종교가 뒤틀린 모양이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알고 싶다.

난 모태신앙이었다. 이름마저 종교적 색을 띈 이름이라 학창시절 어설픈 농짓거리에 휘말렸으며 성인이 된 후로도 오해를 심심치 않게 받았다. 종교에 얽힌다는 건 탐탁지 않다. 실제로 특정 종교의 소속을 밝히고 순식간에 호의적 태도로 돌변하는 사람들도 봐 왔지만 같은 신을 믿는다는 일이 거의 모든 부정적 면모를 파훼할 이유가 되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의 신앙심이 대단히 높은 것 또한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시간을 내어 모이는 일에 어쩜 그리도 열심인지, 내가 원하던 믿음과 일치하는지는 결코 알 수 없었으니.

일본, 교토 (2022)


종교라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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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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